[주말&여행] 부산 눌차도 정거마을…국내 최대 모래섬 진우도가 한눈에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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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29 21:41  |  발행일 2025-05-29
정면에서 마주보는 낮은 섬이 '진우도'라는 무인도다. 1905년부터 서낙동강 하구의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섬이다. 모래뿐이었다는 섬은 지금 숲이 소복하다.

정면에서 마주보는 낮은 섬이 '진우도'라는 무인도다. 1905년부터 서낙동강 하구의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섬이다. 모래뿐이었다는 섬은 지금 숲이 소복하다.

눌차도는 가덕도 북동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지세가 낮고 완만하게 누워 있는 모습인데 '가덕도에서 넘쳐서 눌러 붙어 있다'고 눌차(訥次)란다. 참으로 옹색하고도 귀여운 해명이다. 눌차도는 가덕도 선창항에서 천가교로 연결되어 있다. 눌차대교가 선창항 위를 휘 날아가고 튼실한 뻗정다리 사이로 부산신항의 남쪽 구역이 보인다. 천가교 동쪽 바다는 온통 굴 밭이다. 굴 밭 위에 점으로 이어지는 수목의 열은 동선방조제의 존재를 알려준다. 물가는 자갈도 아니고 모래도 아니고 온통 패각이다. 굴 껍데기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땅인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제법 단단하고 풀도 자라나 있다. 작은 의자 하나가 하얀 굴 껍데기 땅에 서있다. 책임감을 가진 경보원처럼 한가로이 의젓하다.


눌차도는 가덕도 선창항에서 천가교로 연결되어 있다. 눌차대교가 선창항 위를 휘 날아가고 튼실한 뻗정다리 사이로 부산신항의 남쪽 구역이 보인다.

눌차도는 가덕도 선창항에서 천가교로 연결되어 있다. 눌차대교가 선창항 위를 휘 날아가고 튼실한 뻗정다리 사이로 부산신항의 남쪽 구역이 보인다.

천가교 동쪽 바다는 온통 굴 밭이고 물가는 온통 패각이다. 굴 껍데기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땅인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제법 단단하고 풀도 자라나 있다.

천가교 동쪽 바다는 온통 굴 밭이고 물가는 온통 패각이다. 굴 껍데기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땅인데 세월이 흘러서인지 제법 단단하고 풀도 자라나 있다.

◆ 눌차도


천가교에서는 섬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전체가 보인다. 중간의 잘록한 허리에 폐교된 눌차초등학교가 있다고 한다. 좌측의 나지막한 봉우리에는 눌차왜성이 방치되어 있고 오른쪽 끄트머리 국수봉에는 할머니 신을 모시는 국수당이 있다. 섬은 외눌과 내눌로 나뉘는 눌차, 항월, 그리고 정거 세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부산 강서구에 속해 있고 가덕도동 관할이다. 천가교를 건너면 외눌마을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항월마을 지나 정거마을로 이어진다. 이 도로는 가덕대교를 만들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도로가에 가리비껍질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모두 하나하나 꿰어 엮여 있는데 애기 굴을 키워내는 종패다. 뒤로 신항과 연결된 수로가 흐른다.

도로가에 가리비껍질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모두 하나하나 꿰어 엮여 있는데 애기 굴을 키워내는 종패다. 뒤로 신항과 연결된 수로가 흐른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길 가에 산더미로 쌓여 있는 가리비 껍질을 본다. 세상 모든 패총의 집합 같다. 엄청난 궁금증을 자아내는 엄청난 광경이다. 가만히 보면 모두 하나하나 꿰어 엮여 있다. 눌차도는 애기굴 생산지로 유명하다. 가리비 껍질에다 굴 씨앗을 붙여서 애기 굴을 생산해 통영과 마산 등지에 공급한다. 통영은 국내 양식 굴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고장이다. 굴이 자라면 연간 약 12만 4천 톤의 굴 껍데기가 발생하는데 그중 5만여 톤이 굴 채묘에 다시 활용된다고 한다. 그 재활용센터 중 한곳이 또 이곳 눌차도다. 굴 종패 부착 작업은 7월에 한단다. 어마어마한 가리비 산과 단단한 굴 껍질의 땅이 이해된다.


눌차도 북쪽 바다는 굴 채묘를 위해 열 지어 심어놓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이 종패일 것이다.

눌차도 북쪽 바다는 굴 채묘를 위해 열 지어 심어놓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이 종패일 것이다.

항월마을 표석을 지나면 섬 북쪽의 바다가 열린다. 바다는 굴 채묘를 위해 열 지어 심어놓은 나무들로 가득하다.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이 종패일 것이다. 종패는 물이 들면 잠기고, 물이 나면 햇볕에 노출되면서 일정기간동안 성장한다. 씨앗이 아기로 자라는 밭이니 채묘를 위한 바다는 영양이 풍부해야 한다. 낙동강 하구이니 맞춤이다. 건강한 굴은 단단하게 자라고 부실한 애기 굴은 자연적으로 죽는다. 바다 건너 명지신도시와 하단이 납작하다. 길가 산불감시초소에 앉아 있던 한 아저씨가 가벼운 목례를 건넨다. '우리 섬에 오셨군요. 반가워요' 라는 듯.


정거마을은 고즈넉한 갯가 벽화 마을이다. 마을 동쪽 끝까지 약 300m 골목이 아기자기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정거마을은 고즈넉한 갯가 벽화 마을이다. 마을 동쪽 끝까지 약 300m 골목이 아기자기한 벽화로 장식돼 있다.

마을회관과 띄엄띄엄 앉은 몇 채의 집이 터질목을 바라본다. 정거말에 서 있는 등주가 희미하게 보인다. 야간에 소형어선을 운항하는 어민들을 위한 불빛이다.

마을회관과 띄엄띄엄 앉은 몇 채의 집이 터질목을 바라본다. 정거말에 서 있는 등주가 희미하게 보인다. 야간에 소형어선을 운항하는 어민들을 위한 불빛이다.

가리비 껍질을 꿰고 있는 듯하다. 그녀 앞에는 낱낱의 가리비껍질과 꿰어진 가리비껍질이 나뉘어 수북하다. 그 사이로 굴 밭이 보인다.

가리비 껍질을 꿰고 있는 듯하다. 그녀 앞에는 낱낱의 가리비껍질과 꿰어진 가리비껍질이 나뉘어 수북하다. 그 사이로 굴 밭이 보인다.

◆ 정거마을


도로의 끝에 정거마을이 있다. 마을 초입부터 산처럼 쌓여 있는 가리비 껍질을 볼 수 있다. 천막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본다. 가리비 껍질을 꿰고 있는 듯하다. 그녀 앞에는 낱낱의 가리비껍질과 꿰어진 가리비껍질이 나뉘어 수북하다. 그 사이로 굴 밭이 보인다. 태산이 높다하나 하늘 아래 뫼이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고 했지. 굴 밭은 태산이다. 납작한 태산.


마을 안길로 들어선다. 마을의 중앙통이라 할 만하지만 손수레가 지나다닐 정도의 너비다. 골목길은 동쪽을 향해 줄곧 나아간다. 이어지는 벽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12년에 조성한 것이라 한다. 벽도 그림도 낡았다. 나는 날수 있다고 말하는 물고기,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하는 갈매기, 손을 흔드는 어린왕자(가엽게도 턱이 무너졌지만 웃고 있다),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나비, 물질하는 다이버, 언덕위의 집과 나무들, 주저앉아 종패작업을 하는 아낙들을 코앞에서 본다. 가리비 껍데기로 만든 물고기와 숲 벽화도 있다.


하얀 담벼락에 그려진 눌차도가 희미하다. 눌차교, 동선방조제, 국수봉, 문필봉, 외눌, 내눌, 항월, 정거 등이 표시되어 있다. 길은 단순하게 그려져 있지만 실제와 다를 바 없다. 그림 옆에 쓰인 문장을 읽어본다. '우리 마을 앞에는 국내 최대의 모래섬인 진우도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앞바다에서 굴과 굴종패, 김, 파래양식을 하고 어업으로 물메기, 대구, 아귀, 꽃게, 숭어, 문어 등을 수확합니다.' 곁으로 난 고샅과 열려진 대문으로 마당과 맞붙은 바다가 보인다. 바다에 면한 집들의 뒤안은 모두 작업장이다. 배가 정박되어 있고, 작업을 위한 천막이나 작은 가건물이 있고, 주위로는 조개껍질의 땅과 산이 있다.


정거선착장에서 멀리 거가대교와 굴 밭이 보인다. 집들의 뒤안은 모두 작업장이다. 배가 정박되어 있고, 작업을 위한 천막이나 가건물이 있고, 주위로는 조개껍질의 땅과 산이 있다.

정거선착장에서 멀리 거가대교와 굴 밭이 보인다. 집들의 뒤안은 모두 작업장이다. 배가 정박되어 있고, 작업을 위한 천막이나 가건물이 있고, 주위로는 조개껍질의 땅과 산이 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눌차도의 동쪽 바다가 펼쳐진다. 이 바다를 '터질목'이라 부른다. 파도가 심하면 배가 잘 터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면 배들은 닻을 매어놓고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닻거리'라고 불리다 한자로 표기하면서 정거(碇巨)가 되었다. 마을회관과 띄엄띄엄 앉은 몇 채의 집이 터질목을 바라본다. 정면에서 마주보는 낮은 섬이 '진우도'라는 무인도다. 1905년부터 서낙동강 하구의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섬이다. 1956년 저 섬에 '진우원'이라는 고아원이 설립되었는데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피해를 입고 철수한 뒤 '진우도'가 되었다고 한다. 모래뿐이었다는 섬은 지금 숲이 소복하다. 생태 보호와 문화재 보호 등의 이유로 입도는 금지돼 있다. 눌차도 동쪽 끝단의 갯바위를 정거말이라 부른다. 정거말에 서 있는 등주가 희미하게 보인다. 야간에 소형어선을 운항하는 어민들을 위한 불빛이다.


마을 회관 앞 초소 같은 건물 벽에 의자가 기대 서있다. 골목 곳곳에 의자가 있다. 임자 모를 의자나 화분 따위가 걱정 없는 순진한 얼굴로 늘어서 있는 골목은 낙원과 비슷해서 아득한 곳으로부터 돌아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골목에서, 저 골목에서, 바닷가에서, 지붕위에서, 소리 없이 일하고 있는 네 명의 주민을 보았다. 낮은 담장 위에 나란히 놓인 신발 세 켤레가 햇빛바라기 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르고 살다가 언제나 다른 곳에서 느끼게 되는 것, 생활이라는 것은 참 대단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간다. 칠원분기점에서 10번 남해고속도로 부산, 북창원 방면, 진영분기점에서 부산방면, 진례분기점에서 105번 남해고속지선 부산항신항 방향으로 가다 진해IC로 나간다. 거제방향으로 약 8.8㎞ 직진하다 거가대로와 만나는 사거리에서 가덕, 경제자유구역청 방면으로 우회전해 직진, 가덕대교와 눌차대교를 지나 성북, 선창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삼거리에서 선창방면을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천가교가 나타난다. 다리건너 좌회전해 직진하면 길 끝에 정거마을이 자리한다. 마을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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