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경로당에서 주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예안면 도촌리는 이재명 후보의 고향마을이다. <독자제공>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안동 시내에서 자동차로 50여 분,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도촌리 지통마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964년 태어난 곳이다. 행정상으론 예안면에 속하지만,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 마을이다.
지통마을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그래도 우리 마을 사람인데… 대통령 되면 고향도 좀 돌아보겠지"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어린시절 곤궁하게 살아온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곳 주민들에게 '고향 출신 대통령'이란 자긍심은 대단했다. 농사 외에는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마을.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만 와도 길이 끊기기 일쑤고, 읍내로 나가는 길조차 험한 이곳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다.
지통마을은 도촌리에서도 다시 7㎞가량을 더 들어가야 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주민 대부분이 화전민들로 땅을 개간하며 살았던 곳이다. 이 후보도 자서전에서 자신의 고향을 '시골에서도 깔보는 동네'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척박했고, 외졌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당시 이 후보의 가족이 지통마을에서도 가난한 편에 속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여러번 이사를 다녀야 했다. 화전민으로 살면서 산비탈을 빌려 움막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땅 주인이 내쫓거나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다른 골짜기로 옮겨야 했다. 당시 이 후보가 살던 곳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7㎞, 걸어서 2시간이 소요될 정도였다. 집을 옮길때 마다 학교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현재 이 후보의 생가터에는 15년 전 황영기(74)씨 부부가 귀농해 살고 있다. 부산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이곳으로 온 황 씨는 처음엔 이 후보의 생가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황씨는 "한식이나 추석 무렵에 젊은 사람들이 묘소를 찾아오는 걸 보고 나중에 알았어요. 성남시민들도 찾아와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정치엔 별 관심이 없지만, 사람이 성실하고 옳게 살았던 것 같아, 마음이 갔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가 낙마했을 당시 마을 주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촌에서 정치 이야기 하면 괜히 눈치 본다'는 이유로 속내를 드러내지는 못했다는 것.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지통마을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주민들은 "이젠 고향 출신을 밀어줘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거창한 정치 이슈보다 중요한 건 결국 '우리 마을에 대통령이 나면 마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지통마을의 한 80대 어르신은 "지통마을이 대통령을 낸다는 것, 아무나 되는 일 아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울먹였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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