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소주전쟁’ 이제훈

  • 김은경
  • |
  • 입력 2025-06-06 08:20  |  발행일 2025-06-06
“IMF 때 무너진 소주회사 이야기… 아버지 당시 일용직이어서 공감”■영화 ‘소주전쟁’ 이제훈 인터뷰
'건축학개론' '모범택시' 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건축학개론' '모범택시' 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건축학개론' '모범택시' 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건축학개론' '모범택시' 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배우 이제훈은 올해로 마흔살이다. 2006년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한 후 어느새 배우경력 20여년을 향하고 있다. '파수꾼' '고지전'과 같이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힌 작품이 있었으며, '건축학개론'과 같이 수많은 청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로맨스 작품도 있었다. 또 수사극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히트를 기록한 '시그널' 역시 그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는 작품이다.


이제훈이 신작 '소주전쟁'을 가지고 돌아왔다. 1997년 IMF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다. 온 국민의 소주였던 진로가 외환위기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을 영화화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소주회사 '국보'를 노리는 글로벌 투자사의 음모와 위기 상황에서도 개인의 탐욕만 생각하는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 그런 속에서 회사를 목숨처럼 아끼는 성실한 근로자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인범은 어떤 캐릭터?

성과만 좇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회사 살리려 분투하는 종록 보며

기존 생각에 균열 일으키는 인물

소주 매력 꼽으라면?

인생 희로애락 모두 담아내는 술

사람 금세 친해지게 하는 효과도

최고 안주는 신해철·넥스트 음악

어떻게 지내고 있나?

독립영화관 가보는 유튜브 운영

◆유해진과 티키타카 브로맨스 영화


▶'소주전쟁'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오로지 성과만을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을 연기했다. 국보소주를 삼키겠다는 야심을 숨기고, 마치 국보그룹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처럼 종록에게 접근한다. 종록의 소주를 향한 사랑과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 잔을 나누며 피로를 달래는 모습 등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로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께 어울린다. 종록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조금씩 균열을 맞는다."


▶영화를 첫 관람한 소감과 현재 활동에 대해 얘기한다면.


"지난달 30일 영화개봉을 한 후 무대인사와 인터뷰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틈날 때마다 관객리뷰와 같은 피드백을 찾아보고 있다. 나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런 부분에서 관객들이 공감하셨구나 하는 지점을 알게 되니 재밌다. 더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화 속에서 인범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종록'이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는 종록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IMF 시절 자영업을 하던 제 아버지가 일용노동자로 일했다. 힘든 상황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종록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떠올렸고,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 한편으로는 제가 배우로 활동하지만 매니지먼트도 함께 운영한다. 사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도 종록의 입장이 매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유해진과 첫 브로맨스 영화를 찍었다. 함께 작업한 유해진과의 케미는 어떠했는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빼놓고 한국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가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했다고 본다. 그런 위대한 배우와 함께 작업한 것은 영광이었다. 촬영현장에서 본 해진 선배는 편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언어유희가 막강했다. 주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웃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다. 나도 저 형처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웃게 만들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인생 희로애락 담은 '소주의 맛'


'소주전쟁'은 국민 알콜인 소주를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연간 출고된 소주는 23억병, 성인 한 명당 매년 53병의 소주를 소비한다. 이쯤되면 온 국민의 희로애락에 소주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제목에서 소주가 등장하고, 극 중에도 틈날 때마다 소주 마시는 씬들이 보인다. 촬영현장에서도 실제로 소주를 마신 것인지, 소주를 즐기는지도 궁금하다.


"촬영을 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평소 술을 즐기는 성향도 아니다. 20살 초반, 대학교에 갔을 때 술을 마셨던 첫 느낌을 상기하면서 촬영을 했다. 오래 전 신입생 무렵 선배들이 따라주던 술잔의 기억이 떠올랐다."


▶술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더 들려달라.


"대학 신입생 시절, 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일 숙취 때문에 믿지도 않는 종교의 다양한 신들에게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빌면서 숙취를 이겨낸 시간들이 있었다. 이번에 영화를 홍보하면서도 에피소드가 있었다. 예능촬영에서 영화에 나오는 탑소주와 현재 시판되는 한국 대표소주를 섞어서 음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실제로 출연진과 한잔씩 나누다 보니 짧은시간에 친해졌다. 처음 만난 사인데 갑자기 형동생을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바로 그런 것이 소주만의 특별한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주의 '맛'과 소주를 사랑하게 하는 매력은 무엇일지를 한마디 한다면.


"서로 잘 모르는 어색한 사이일 수도 있는데, 소주를 짠하는 순간에 서로 약간 달아오르고 취하는 순간이 주는 어떤 즐거움이 있다. 소주는 달고, 쓰고, 그리고 인생에 대한 어떤 고통과 환희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매개체다. 소주의 위치는 당분간 그 어떤 술로도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소주의 최고 안주는 김광석 노래'라는 만화컷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소주의 최고 안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음악이 최고의 안주라는 말에 공감한다. 저는 어려서부터 가수 고(故) 신해철 님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큰 영향을 받았다. 소주를 마시면서 어렸을 때 친구를 만나고, 추억을 떠올리는 노래를 꼽으라면 신해철 님과 넥스트야말로 최고의 안줏거리가 아닐까 싶다."


'건축학개론' '모범택시'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건축학개론' '모범택시'등 다양한 작품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온 이제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소주회사가 IMF 때 외국계 투자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을 그린 '소주전쟁'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매니지먼트 사업가로 활동 확장


▶배우를 넘어 매니지먼트 사업자로도 활동반경을 넓혀 활동중인데 만족스러운지.


"배우로 활동할 때는 일에 대한 온/오프가 명확했다. 작품이 끝나면 여행도 가고 휴식도 가지면서 작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운영자가 되면서 이제는 곧바로 이어지더라도 일이 생기면 하겠다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직원들에게는 워라벨을 누리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럴 수가 없다. 주변에서는 "좀 쉬셔야죠"라고 말하는데, 저는 벌써부터 일이 없는 내년이 걱정된다."


▶전국의 독립영화관을 찾아가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은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듯하다.


"요즘 극장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든다. 독립영화 극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어떤 숭고함이 있다는 것이다. 태블릿이나 TV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잠깐 멈추고 내 할 일을 할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극장에서는 어두운 곳에서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두 시간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게 한다. 극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있을지 묻는다면 '없다'라고 생각한다."


▶방영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시그널' 시리즈를 원년 멤버인 김혜수, 조진웅 등과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차기작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한다.


"tvN 10주년으로 '시그널'이 방송됐는데, 내년에 20주년 기념으로 '시그널2' 8부작이 편성된다고 들었다. 현재 60%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 사실 배우인 저도 그렇지만 10년 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작가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지 않았을까 싶다. 전편 16부작에 이어 스토리가 바로 이어지는데, 어떤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의 엄청난 이야기 전개가 펼쳐질 것이다. 시그널2는 배우인 저를 포함해 작가님의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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