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재윤 경북본사
-대선보다 중요한 지방선거
-지방선거가 내 삶을 만든다
-작은 정책이 모두를 바꾼다
-정당보단 사람을 봐야 한다
-이번 선택은 곧 나의 미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밤늦게까지 개표 방송을 지켜본 사람도 있고, 결과만 슬쩍 확인하고 잊은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선거는 끝났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됐든, 낙선했든, 거리의 현수막은 서서히 철거되고, 선거 벽보는 낡은 채로 빗속에 젖는다.
뉴스에서는 누가 몇 퍼센트로 당선됐는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제부터가 더 신경 쓰인다. 지방선거 때문이다.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을 뽑는 선거. 대통령 선거보다 덜 주목받고, 덜 시끄럽다. 그런데도, 내 삶과 더 가까운 건 지방선거다. 사실 말하자면, 나도 예전엔 별생각 없이 넘겼다.
이름도 얼굴도 낯선 사람들이 명함을 건네고 인사하는 걸 보며, '누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뭘 보고 뽑아?' 하고 지나쳤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정당만 보고 대충 찍으면 되겠지' 하며 선거 당일에도 고민 없이 투표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이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동네에 생겼던 작은 변화들. 동네 버스가 갑자기 줄어들고, 노선이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진행되던 개발은 멈춰 섰고, 새로 짓기로 했던 건축물은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보류됐다. 그런 변화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궁금해졌다. '누가 이런 결정을 했을까?' 찾아보니,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군수… 그 모든 이름들이 그 결정에 얽혀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대통령이 바꾸는 건 국가의 큰 흐름이고,내가 매일 걷는 인도, 앉는 벤치, 타는 버스를 바꾸는 건 바로 이 사람들이라는 걸. 어린이 보호구역이 갑자기 지정되고, 그곳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생긴 것도,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이 만들어졌는가 아닌가도, 어르신들의 경로당 식사 지원이 줄었는지도.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에서 비롯됐다.
중앙정치는 뉴스로 보고, 지방정치는 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지방선거는 훨씬 중요하다. 물론, 대통령이 정하는 정책의 큰 줄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걸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은 지역 단체장이다. 정부가 청년 지원금을 확대해도, 우리 시·군에서 신청을 안 받으면 끝이다. 정부가 산불 대책을 내놔도, 우리 시·군의원이 예산 심의에서 막으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공약만 발표해 놓고 임기 내내 실천하지 않은 단체장도 있었고, 감시가 느슨하다는 이유로 지역 예산을 엉뚱하게 쓰다 적발된 기초의원도 있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렇기에 지방선거는 정당보다 사람을 봐야 하는 선거다.
멀리 있는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동네 주민센터 옆에 사무실 두고 하루하루 일하고 있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름도 모르고, 공약도 안 보고, 그냥 소속 정당만 보고 투표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번엔 달라지기로 했다. 우리 동네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행정복지센터 게시판에는 예산과 회의록이 붙어 있다. 시청 홈페이지엔 공약과 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언론에 나오지 않아도, 우리 동네에선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들이다. 그걸 바탕으로 이번엔 누굴 뽑아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 보려고 한다. 대통령을 뽑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정치는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실은 내가 사는 거리, 골목, 마을회관 안에 있다. 그걸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또 한 번 주어진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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