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 내 바둑 스포츠클럽에서 이승현(왼쪽부터) 사무국장, 이다현 선수, 김윤수 선수, 박준현 선수, 박광훈 코치가 대구팀의 승리를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온라인 바둑판 위에서 전국의 바둑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오는 8월까지 온라인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열리는 '2025 전국학생바둑리그'가 회차가 진행될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사>대한바둑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15개 특별·광역시도 대표 180명이 참가해, 5인 단체전 풀리그 방식으로 총 15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지난 13일 대구 남구 영남이공대 내 바둑 스포츠클럽에서 진행된 2차 대회에서 대구 대표팀은 울산팀과의 접전을 펼쳤다. 긴장감이 감도는 바둑판 위에 돌이 하나씩 놓일 때마다 울리는 '딱' 소리가 정적을 깨며,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아져 갔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경기는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대국에 나선 대구 대표 김윤수 선수(동신초등 6학년)는 "하루 2~3시간씩 AI 바둑으로 연습하고 있다"며 "몰입할 수 있다는 점, 이겼을 때의 기쁨이 바둑의 매력이다. 게임은 파도가 확 밀려오는 느낌이라면, 바둑은 천천히 밀려오는 파도처럼 서로 타협하며 조화를 찾는 과정 같다"고 말했다.
백승범 선수(와룡중 1학년)는 "최선을 다해서 대회가 끝날 때까지 3승을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다현 선수(여·매호중 2학년)는 "집중력이 좋아지고 머리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지금은 스무 살 오빠도 이긴다"며 웃었다.
박준현 선수(장동초등 6학년)는 "빈 바둑판에 수를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며 "대국 전 명상을 하며 긴장을 다스리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대구시바둑협회 사무국장(44)은 "바둑은 조용해 보이지만, 한 수 한 수에 수십 가지 선택이 담긴다"며 "체스가 상대 말을 제거해가는 게임이라면, 바둑은 빈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바둑은 생각의 깊이를 기를 수 있는 놀이"라고 말했다.
대구 남구 바둑 스포츠클럽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공 기반으로 운영되는 바둑 특화 스포츠클럽이다. 지역 기반과 전문 지도자가 함께하는 체계적인 운영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박광훈 코치(25)는 "아이들마다 목표가 다르기에 지도의 방향도 다르다"면서 "프로를 꿈꾸는 학생들에겐 실전 같은 피드백을, 취미로 접근하는 학생들에겐 다정한 격려를 전하는 것이 제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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