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모델 천순이씨. <천순이씨 제공>

지난 6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미즈시니어대회에서 베스트드레스상을 받은 천순이씨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순이씨 제공>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 삶을 마무리하고 지금부터는 시니어모델로서 당당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대경대 시니어모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천순이씨(65)는 퇴직 후 늦은 나이지만 하고 싶은 일에 문을 두드린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2025 미즈시니어모델대회'에 첫 출전해 베스트드레스상을 받았다.
천씨는 "4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전국 공모를 거쳐 선발된 50여 명이 이날 1부에서는 청바지와 흰 티셔츠 차림, 2부에서는 한복과 드레스(남성은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각자의 인생 서사를 담은 스피치와 워킹을 선보였다"며 "시니어 모델은 큰 키와 아름다운 외모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걸 알았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승진을 했을 때보다 이날의 수상이 더 기뻤다"고 밝혔다.
그의 무대에 대한 갈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김천에서 열린 제2회 경북 시니어모델선발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 자신을 내적, 외적으로 가꾸며 당당하고 활력 넘치게 살도록 해주는 매력이 있다"며 대회 참가의 의미를 설명했다.
천씨는 중학생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곧바로 고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산업체에서 일하다 이듬해 진학한 그는 졸업 후 공무원이 되어 2020년 정년 퇴직했다. 남편도 공무원이다. 남들은 부부공무원으로 평탄하게 살아 온 것으로 여기지만 천씨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하고 싶은 일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삶의 현장은 언제나 치열했고,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후순위였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2019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부터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남편을 돌보면서 가정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책임까지 맡게 됐다.
그 와중에 늦게나마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다. 그는 "퇴직 후 계명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니어모델 공부를 한 게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대경대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 검도와 헬스 같은 운동을 하고 내적 정서를 가꾸기 위해 기타를 배우고 공연도 한다. 그는 "경북 경산도 평생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비교적 보수적이다. 오랜 직장이 있었고 지금도 살고있는 경산시의 시니어모델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천윤자 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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