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최연자씨 제공>
사진 속 배경은 1980년대 초 경북 영천의 어느 시골마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듯한 강아지들에게 밥을 나누어 주고 있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강아지들이 밥통에 머리를 박고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진 제공자는 최연자(대구 달서구 다사읍 서재리)씨, 당시 중학교 2학년 소녀였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최씨는 이때 처음 카메라를 접했다. 특히 당시에는 사진관에 가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 사진관에서 필름카메라를 일정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주기도 했다. 그러면 필름 인화료까지 수입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봄 소풍때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생각에 사진관에서 필름카메라를 빌린 소녀는 카메라를 반납하기 전 남겨져 있는 몇 장의 필름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던 것이다.
사진 속 아버지의 옷차림이나 희끗희끗한 머리색으로 봐서는 더 이상 젊은 모습은 아닌 듯싶다. 아버지의 나이 마흔 중반 무렵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막내 딸(2남 4녀중)로 태어난 소녀는 요즘으로 치면 '아빠 껌딱지' 였던 모양이다. 어린마음에도 마냥 자상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을 보면 말이다. 사진이 인화 될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소녀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하다.
늘 한복을 즐겨 입었다는 아버지의 옷차림과 대비되는 왼쪽 손목에 착용한 최신형 전자시계 또한 눈길을 끈다. 장성한 아들 딸들이 도시로 나가 취직해 받은 월급을 한푼 두푼 모아 장만한 것이라 하니 사진 한 장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진을 찍은 소녀는 어느덧 사진 속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사진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나의 첫 작품" 이라고 말하는 최연자씨. 직장에 얽매인 몸이지만 짬을 내어 풍경사진이나 자신이 피사체가 된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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