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축제 포스트. 김천시 제공
"루미처럼 나도 한입에…올해는 김밥축제 꼭 갈 겁니다."
넷플릭스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불러온 김밥 열풍이 경북 김천을 뜻밖의 고민에 빠뜨렸다. 주인공 루미가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베어 무는 장면이 전 세계 밈(meme)으로 확산되면서, 다음 달 열릴 '김천 김밥축제'는 개막 전부터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축제는 아직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올해는 꼭 가야 한다", "케데헌 덕분에 외국인도 많이 오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천시는 이런 열기가 반갑지만 긴장도 크다. 지난해 첫 행사 때 1만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10만명이 몰리며 교통 대란이 빚어지고 '김밥 없는 김밥축제'라는 혹평까지 받았다. 올해는 케데헌 효과까지 겹쳐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사실 김밥은 이미 해외에서도 익숙한 음식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미국 대형마트에 냉동 김밥이 자리 잡으면서 K푸드 대표 메뉴로 떠올랐고, 2023년 틱톡 인플루언서의 시식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흐름이 자연스럽게 김천 김밥축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루미가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전 세계 밈(meme)으로 확산되며, 이를 따라 한 다양한 패러디 영상들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천시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며 준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직지문화공원에 한정됐던 행사장을 사명대사공원 일원까지 넓히고, 셔틀버스 전용라인도 2~3배 늘려 교통 혼잡을 최소화한다.
또한 축제장에 김밥이 떨어지지 않도록 즉석 제조 기계를 도입해 끊임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참여 업체도 지난해보다 3~4배 늘려 전국 각지의 김밥을 한자리에 모았다. 여기에 구미 냉동 김밥 제조업체와 협업해 외국인에게 친숙한 메뉴도 준비했다.
프로그램도 한층 다채로울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김천김밥쿡킹대회'에서 수상한 지례흑돼지와 호두마요 소스를 결합한 '호두마요제육김밥', '과수원 돼지김밥', '김천의 맛한줄 김밥' 등 수상작 3종도 축제 현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특히 케데헌 열풍이 해외 팬덤으로 번진 만큼 외국인 관람객 대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영어 안내 인력을 배치하고 축제 포스터에 영어 문구를 담는 등 다국어 준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케데헌 영상과 OST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김천시 관광진흥과 안유희 주무관은 "작년에 비해 업체 섭외도 많이 했고, 전국에 유명한 김밥들이 참여한다"며 "케데헌 호재가 축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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