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미용직업학교 원장 등 8명
여섯 커플 헤어·메이크업 맡아
24년간 복지관·병원 등서 봉사

단장을 마친 신랑·신부 여섯 쌍과 여준현 원장(뒷줄 왼쪽에서 셋째) 및 봉사자들이 함께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궁화미용직업전문학교 제공>

박노진·이화자 부부가 사랑의 하트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무궁화미용직업학교와 30여년 인연을 이어온 허명희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문을 닫고 제24회 장애인 합동결혼식 봉사에 나섰다. <무궁화미용직업전문학교 제공>
지난 9일 여섯 쌍의 부부가 가족과 이웃들의 축복 속에 뜻깊은 결혼식을 가졌다. 이날 진행된 제24회 대구광역시 장애인 합동결혼식에서는 스물아홉의 청춘 부부부터 70대 리마인드 웨딩 부부까지, 연령은 다르지만 마음만은 같은 설렘으로 하루를 빛냈다.
결혼식의 꽃은 신랑신부다. 이날의 주인공들은 오전 10시부터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을 받으며 단장을 시작했다. 24년 동안 이 꽃단장을 맡아온 곳이 있다. 바로 무궁화미용직업전문학교다. 무궁화미용실로 출발해 학원, 그리고 직업학교로 이어진 무궁화의 역사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준현 원장은 "봉사를 많이 하시던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일은 봉사자들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영업을 마다하고 함께 달려와 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가능했다"며 말했다.
여 원장은 "머리와 얼굴을 만져주는 행위는 신체의 교감이자 소통의 기술"이라며 "미용인들은 기술의 장인, 소통의 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찾아가 돕고, 복지관이나 병원 등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 달려간다. 그런 미용인들이 있기에 직업학교 운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업학교의 원장과 강사, 미용사 8명이 이날 신랑신부의 단장을 도왔다. 특수학교 학생들, 교도소, 복지관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아 봉사하는 이들의 손길은 행사장에서도 빛났다.
안순임(64)씨는 남편과 함께 리마인드 웨딩을 올렸다. 안씨는 "결혼한지 28년이 되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기분으로 살 계기를 얻었다"며 "'우리 해볼래?' 했더니 남편이 흔쾌히 '좋아, 오케이' 하더라. 신랑이 달라져 보인다"며 웃었다. 이어 "아침부터 미용학교 선생님들과 장애인협회 직원들이 애써주셔서 고맙다"며 "저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미안하기도 했다"며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청각장애인 부부인 박노진(68)·이화자(61)씨는 11년 동거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백승현(67)·도수현(65)씨 부부도 "행복은 마음의 풍금"이라며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그림 그리고 운동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고 장애가 벽이 아님을 몸소 보여줬다.
행사를 준비한 장애인협회 관계자 김유리(28)씨는 "부부들이 직접 드레스와 한복을 고르고 가족과 함께 사진을 남기면서 큰 만족을 얻는다"며 "예식이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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