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나타 제2악장

  •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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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3 06:00  |  발행일 2025-09-22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클래식 음악에는 소나타라는 형식이 존재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위해 작곡된 기악곡 구조로, 2악장 이상 구성된 실내악곡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바로크 시대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이 소나타 형식은 예술가들에게 작곡의 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런 소나타 형식에서 제2악장은 감정의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제로써 활기찬 분위기의 1악장과는 대조적으로, 느리고 부드러운 템포로 구성된 이 2악장에 필자는 더욱 관심이 간다.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치 이벤트 같은 2악장. 열심히 달려온 1악장 뒤에 등장해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 휴식을 선사하는 오래된 친구 같은 악장이다. 또한 작곡가가 곡의 주요 선율은 1악장에 표현해 놓는다면 내면적인 감정이나 철학적인 사유는 2악장 안에 꼭꼭 숨겨 놓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섬세한 표현으로 전체 분위기의 균형을 맞춰주는 2악장은 그 뒤에 이어 나올 악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3악장이 음악적 주제를 폭발시킬 수 있는 건 잔잔하게 웅크려 준 2악장의 추진력 덕분이다.


필자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평범한 나날보다 소나타의 2악장 같은 이벤트들을 사랑한다. 푸르게만 보이는 가을 하늘이 더욱 맑아보이는 건 비가 내리는 2악장의 하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를 좋아하는 것만큼 봄에만 볼 수 있는 만개한 벚꽃 역시 좋아한다. 벚꽃 자체가 주는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겨울과 여름 사이의 봄이 주는 그 감정적 휴식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는 것 같다.


또한 가을의 낙엽은 숨겨둔 내면의 감정이 들켜 얼굴을 붉히듯 서정적인 가을의 2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리라. 옷을 갈아입고 떨어지는 잎들을 볼 때면 휘몰아치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라 속삭이는 듯하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우리 주변에도 소나타 2악장이 함께 하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도 격렬했던 출근길로부터 지친 마음을 감정적으로 휴식하고 있는 소나타 2악장일 수 있다. 읽고 난 뒤 시작할 하루 업무를 위한 전환점 같기도 한.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2악장. 길가에서 마주친 고양이처럼 감정적 휴식을 제공해주는 2악장. 우리 삶 속에 이런 따뜻한 조연의 2악장이 있기에 평범한 하루도 더 맑아보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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