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최순나 연암도서관 관장…책·자연·춤으로 지역을 품다

  • 김동 시민기자 kbosc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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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24 02:15  |  발행일 2025-09-24
최순나 연암도서관장이 2층 공간을 소개하며 책과 함께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김동 시민기자

최순나 연암도서관장이 2층 공간을 소개하며 책과 함께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김동 시민기자

2024년 5월 3일, 연암도서관에서 맨발학교 연수원 현판식을 마친 뒤 연암공원에 모인 연암지회 회원들이 자연을 느끼며 즐겁게 교감을 나누고 있다. <최순나 관장 제공>

2024년 5월 3일, 연암도서관에서 맨발학교 연수원 현판식을 마친 뒤 연암공원에 모인 연암지회 회원들이 자연을 느끼며 즐겁게 교감을 나누고 있다. <최순나 관장 제공>

지난 9월 15일, 대구 북구 연암도서관. 보결춤 프로그램을 마친 주민들과 함께 다과를 나누던 자리에서 만난 최순나 관장은 환한 웃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오늘로 3천235일째, 맨발로 자연을 만납니다."


짧지만 깊은 인사 속에는 그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16년 가을, 초등교사였던 그는 아이들과 교실 문을 열고 나와 하늘이 보이는 길을 걸었다. 맨발로 걸으며 자연을 교과서 삼아 배우는 수업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다. 건강이 좋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나무와 바람을 친구 삼은 아이들은 글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그 기록은 '맨발걷기' '벚꽃읽기' '너도하니 맨발걷기' 같은 책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맨발학교' 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현재 그는 맨발학교 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청도 '섶마리 맨발학교'를 만들어 그 길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들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겠습니다." 그의 교육 철학은 단순하지만 흔들림이 없다. 실제로 아이들이 쓴 글을 묶어 책을 만들었고, 이는 방송 출연(유퀴즈 153회)과 '1학년이 쓴 1학년 가이드북'(EBS 출판) 출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이 책을 토대로 유치원·초등학교 학부모 교육 강사 및 학교밖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 2월 명예퇴직을 선택한 것도 새로운 꿈을 위해서였다. 그는 부모와 교사가 신뢰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교육이 온전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학부모교육을 '나의 독립운동'이라 부른다.


지난 2024년 봄, 그는 연암도서관 관장으로 부임했다.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걷고 배우고 춤추는 마을 사랑방으로 바꾸고 있다. 도서관 3층에는 맨발학교 연수원 공간이 마련되어 '맨발의 인문학' '아주 특별한 부모수업' '보결춤 배우기' 등이 열리고 있다. 주민들은 책을 읽고 연암산을 걸으며 춤으로 마음을 나눈다.


한 주민은 말했다. "도서관이 이렇게 살아 있는 공간이 될 줄 몰랐습니다. 책과 자연, 춤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누릴 수 있어 참 고맙습니다."


최순나 관장은 앞으로 도서관을 아이·학부모·시니어가 함께 공부하고 즐기는 '고향집 같은 배움의 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맨발이다. 그러나 이제 그 길은 혼자가 아니다. 아이들과 학부모, 시민이 함께 걷고 춤추며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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