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늘의 날씨는 Major”

  •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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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30 06:00  |  발행일 2025-09-29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요즘 날씨가 참 묘하다. 아침엔 가을 같고, 오후엔 여름 같고, 저녁엔 겨울 같다. 기온의 널뛰기 속에서 사람들의 기분도 오르락내리락.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창밖을 보자마자 속으로 외쳤다. "오늘의 날씨는 Major!"


이 표현, 사실은 음악에서 따온 말이다. 장조(Major)는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조성이다. 단조(minor)가 감성적이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비'라면, 장조는 햇살처럼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맑은 날'이다. 문화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날씨 하나에도 감정이 휘청인다. 공연의 분위기, 관객의 표정, 연주자의 컨디션까지 모두 날씨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오늘 같이 맑은 날은 공연장에서도 공기가 다르다. 기술팀은 농담을 던지며 웃고, 연주자들은 리허설 중에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런 날은 공연이 잘될 수밖에 없다. 관객들도 일찍 도착해 로비에서 사진을 찍으며 기대에 찬 얼굴을 한다. 마치 모두가 같은 장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렇듯 맑아 보이는 날씨도 마치 무조성처럼 변화무쌍하게 바뀔 때가 많다. 그 속에서도 구름 뒤 보이는 햇살을 발견했다면, 그 날의 으뜸음을 발견한 셈이다. 즉 오늘의 날씨는 Major이다. 하루의 중간이 단조로 바뀌는 이조(조바꿈)가 존재하더라도 장조는 결국 으뜸음으로 끝나게 되어있다.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는 으뜸음처럼 그 날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사건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길에서 주운 500원, 선선한 가을 바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술자리 약속 같은. 오늘의 기분을 Major로 만들어주는 으뜸음들이다.


장조와 같이 밝고 경쾌한 일들은 우리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그리고 하루 온종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어쩌면 그제도, 어제도 보이던 햇살이 오늘 유독 밝아보이는 건 들뜬 마음이 하늘에 투영된 게 아닐까.


물론 항상 으뜸음이 우리 편은 아니다. 비 오는 날, 특히 장마철엔 공연장 앞이 물바다가 되고, 관객은 우산을 접느라 분주하다. 그럴 땐 우리도 minor 모드로 전환된다. 조심스럽고, 조용하고, 때론 우울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햇살이 무대를 비추고, 바람이 포스터를 살랑살랑 흔든다. 그래서 혼자 마음 속으로 속삭인다. "오늘의 날씨는 Major!" 그리고 그 기분을 그대로 담아, 무대 위의 연주자에게, 객석의 관객에게, 그리고 이 도시의 문화에 전한다.


오늘 같은 날은, 문화가 더 살아 숨 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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