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천시 화남면에 위치한 포도 농장에서 이상락·김미해(씨 부부가 직접 농사 지은 포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포도밭은 우리 가족의 삶이고, 지켜야 할 유산입니다."
경북 영천시 화남면에서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락·김미해(62) 동갑내기 부부는 오늘도 새벽 일찍 포도나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아흔을 넘은 부모님이 평생 일군 포도 농장을 이어받아 이제는 어엿한 '농부'가 된 동갑내기 부부의 이야기는, 단순한 귀농 그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대구 북구에서 사업을 하던 이씨와 전업주부 김씨는 지난 2019년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이제 나이도 있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깊게 고민할 시간도 별로 없었어요. 결정을 응원해 주고 흔쾌히 함께해 준 아내한테 늘 고맙지요"
보현산 포도작목반 소속의 포도 재배 전문가인 이씨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날씨와 해충, 시장 가격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매일같이 닥쳤다. 하지만 이상락씨는 농업 대학에서 여러 가지 최신 농업 교육을 이수하며 신기술을 익혔다. 그의 농장에는 주 수확 품목인 샤인머스켓 외에도 10종이 넘는 신품종의 포도가 자라고 있다.
이씨는 "부모님은 '농사는 몸으로 하는 일'이라고 하셨지만, 영글어 가는 포도와 맛있다고 농장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며 아버지께서도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예요"라고 말했다. 힘든 농장일이지만, 부모님의 삶을 이어 계승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은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귀농한 지 5년 차, 이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해지기 전까지 밭을 지키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부부는 삶을 계절과 날씨에 맞추고,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삶"이라고 말한다.
"귀농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의 삶을 이어받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더 키워나가고 싶어요." 이상락·김미해 부부의 포도밭은 이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심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의 선택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길잡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 이원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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