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An die 비원뮤직홀

  •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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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4 06:00  |  발행일 2025-10-13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강구인 비원뮤직홀 공연기획 PD

'An die'는 '~에 부침'이라는 뜻을 지닌 독일어이다. 보통은 안부를 묻는 편지에 주로 쓰며, 시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다. 비원뮤직홀에 부침. 필자가 이번 회차에 비원뮤직홀에 글을 부치는 이유는 지금이 비원뮤직홀에겐 아주 특별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앞서 비원뮤직홀이 지역에 어떤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지역 클래식 특화 공연장, 서구에 개관한 신생 공연장, 실내악하기 좋은 공연장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비원'이라는 이름을 예쁘게 해석해준 어느 예술가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원뮤직홀. 이름부터가 참 곱다. '비원(秘苑)'이라니, 숨겨진 정원처럼 고요하고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정원 속을 걷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사실 비원은 '비밀이 정원'이 아니라 '비'산동과 '원'대동의 앞글자에서 따온 서구 지역 명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선율이 숨겨진 비밀의 정원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 말이 어쩌면 필자가 기획자로서 추구하고 있는 방향과 가장 흡사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서두에 장황하게 비원뮤직홀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 10월이 비원뮤직홀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10월7일이다.


올해 10월7일은 추석 연휴로 인해 문을 닫은 채 생일을 맞이하였다. 하지만 오는 10월18일 개관 3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해, 이제는 지역 공연장에서 우뚝 선 '비원'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한다.


축하한다는 말이 이토록 자연스럽게 나오는 공간도 드물다. 지난 3년간 이곳은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지역의 실력파 음악가들이 무대를 빛냈다. 노부스 콰르텟, 리처드 용재 오닐, 대니 구, 백혜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이들이 이 작은 공연장을 찾아와 연주를 펼쳤다. 그 공연들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클래식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즐기고 싶던 사람들에게, 비원뮤직홀은 '집 드나들 듯 편안한' 문화 공간이 되어주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비원뮤직홀은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지역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문화의 중심지다. 앞으로의 3년, 그리고 그 너머의 시간도 기대된다. 더 많은 음악이 울려 퍼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위로와 감동을 얻기를 바란다.


비원뮤직홀에 부침. 이 글을 쓰며 필자는 다시 새로운 3년과 10년을 위해 달린다. 클래식의 비밀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음악은 오늘도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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