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우리이웃] 시 수어 낭송가 서도숙씨

  • 문순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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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8 17:30  |  발행일 20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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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숙씨(대구 달서구 두류동, 사진)는 어린 시절 탤런트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소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 형편상 꿈을 잠시 접어두고,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1985년 여름밤. '별이 빛나는 밤'을 청취하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 편의 시를 듣게 되었다. 그날 그녀의 삶에 파란불이 켜졌다. 한 편의 시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해 첫 첫 월급으로 한국의 명시(名詩)전집 세트와 카세트를 구매해 밤마다 시를 듣고 또 들었다. 시는 삶 속에 물들며 그의 길잡이가 됐다.


남편을 만나 결혼 생활 중에도 '시'는 그의 삶에 활력소가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근 도서관에서 동화구연과 시를 접하게 되어 정식으로 낭송을 배우게 되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시 낭송 대회에 나가 몇 차례 상을 받기도 했다. 내친김에 시 낭송가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이어서 각종 필요한 자격증도 30여 개 취득하였다. 1남 1녀를 두었는데 딸아이에게 동화와 낭송을 가르쳐 대회에 출전시켜 대상과 교육감상 등을 수상하면서 엄마의 재능이 빛을 보았다. 딸 아이가 중고등부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그해(2007년) 교육청에서 '좋은 시 읽기 보급'운동이 진행되면서 딸아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2년간 시 낭송 강의를 했다. 시 낭송가로 제2의 인생 출발선이 된 셈이다. 특히 학생들이 낭송대회에 참가해 잇따라 수상을 하자 그의 이름을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재능시낭송협회 회원이 된 후 수많은 행사에 나섰다. 그러면서 시 낭송 수어 통역까지 겸비 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서씨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학교, 복지관, 점자도서관 등에서 시 낭송 수어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석산 시인은 "전국에 시 낭송가도 많고 수어 통역사도 많지만, 시를 수어로 동시통역하는 낭송가는 서도숙씨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서씨는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어떻게 시 낭송을 가르칠까? 고민하다가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순수한 마음의 눈을 보고 난 후 감동을 받았다. 매주 한편씩 외워와서 낭송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 눈물겨울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회원들과 함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구청 소식지, 교육청 소식지를 매달 녹음해 들려주는 봉사도 나섰다.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 '마음으로 보는 책'을 보급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녹음봉사는 작년까지 하였으며, 올해 점자 도서관 이전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시'를 녹음하여 보내고 있다.


주위에서는 그를 '시의 향기를 전하는 전도사' 라고 한다. 서씨는 "시는 내 삶도 즐겁게 해주지만 타인의 삶도 행복하게 해 준다. 시는 인생의 꽃이고, 그런 시를 널리 전파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힘닿는데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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