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여전히 이곳에서 설레나요?

  •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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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30 06:00  |  발행일 2025-10-29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 팀장

2010년 12월, 첫 아이를 낳은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다. 산후조리원에서 우연히 '대구미술관 개관준비 홍보팀장 채용 공고'를 보았다. 심장이 툭, 하고 뛰었다. 몸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면접장에 있었던 나는 다음 날, 서류를 준비해 시험을 치렀다.


합격 소식을 들은 뒤, 출근 전 미술관을 미리 찾아가 보았다. 버스에서 내려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쌓인 길을 뽀드득뽀드득 걸으며, 나는 처음으로 그 공간의 냉기와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그 길의 끝에서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1년 5월26일, 대구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오랜 준비 끝의 첫걸음이었다. 그때 함께했던 우리는 뜨겁고 단단했다. 밤낮없이 전시를 준비하고,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며, 서로의 열정으로 버텼다. 그 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개관 첫해 4만여 명이던 관람객은 한 전시에 3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장했다. 미술관은 도시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고,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또 다른 창이 되었다. 여전히 미술관을 한 번도 찾지 않은 이들도 많지만,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용기를 건네는 공간으로 자리했다는 사실이 늘 감사하다.


일과 가정, 그리고 나 자신 사이의 균형은 여전히 어렵다. 일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고, 일을 놓고 싶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예술은 자주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다시 시작할 용기, 다시 설렐 마음을 주었다.


새 전시가 열리기 전의 분주함, 밤새 닫혀 있던 전시장 문이 에너지를 내뿜으며 열리는 소리, 작품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관람객, "미술 덕분에 마음이 위로받았다"는 한마디.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다시 공고를 보았던 그 순간으로 데려간다.


가끔 누군가 묻는다. "그 일이 아직도 재미있어요?" 그럴 때면 미소 짓는다. 전시장 문이 천천히 열리는 순간, 내 마음은 여전히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여전히 이곳에서 설레나요?" 그리고 조용히 대답한다. "네, 여전히 이곳에서 설레요."


문현주 <대구미술관 커뮤니케이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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