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 “지역을 넘어 동해안 중심 의료기관으로”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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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31 14:50  |  수정 2025-10-31 15:30  |  발행일 2025-10-31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

한동선 포항세명기독병원장.

포항세명기독병원은 1950년 12월 경북 포항 덕수동에 천막을 치고 피난민을 위한 의료 봉사로 출발한 경북 동해안 대표 종합병원이다. 정형성형병원·뇌병원·암병원 등 3개 병원과 7개 전문특성화센터에서 24개 진료과를 갖추며 734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전문의 131명을 포함해 1천700여 명에 이른다. 한동선 병원장을 만나 병원의 성장 과정과 미래 비전을 들었다.


▶ 병원 설립 과정과 취지부터 설명해 달라.


세명기독병원의 역사는 75년 전,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시작됐다. 초대 설립이사장이자 부친인 한영빈 박사는 일제강점기 만주국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나, 전쟁 중 흥남철수작전 당시 부산으로 향하던 배가 침수돼 포항에 내리게 됐다. 그 인연으로 포항에 남아 천막을 치고 환자를 돌보며 진료를 시작했다. 당시 포항에는 의료시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천막진료소는 지역 주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무료나 할인 치료를 하며 지역민을 위한 의료 봉사에 헌신했다. 작은 천막에서 시작된 그의 헌신이 오늘날 734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한영빈 박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의 실천을 병원의 목표로 삼았다.


▶ 세명기독병원이 다른 의료기관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세명기독병원의 경쟁력은 첨단 장비, 우수한 의료진, 전문센터 중심 운영에 있다. 1996년 병원에 합류했을 때는 전문의 12명, 직원 200명 규모였지만 지금은 전문의 130명, 직원 1천700여 명으로 성장했다. '지방 병원도 대학병원 수준의 장비와 의료진이 있다면 환자는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왔다. 진료가 늦으면 의사를 늘리고, 대기실이 좁으면 공간을 확장하고, 장비가 부족하면 즉시 도입했다. 현재 병원은 MRI 5대(3.0T 4대 포함), CT 7대(640채널 2대 포함), PET-CT, 방사선치료기 2대(트루빔·바이탈빔), 로봇수술장비 등 대학병원급 인프라를 갖췄다. 전문센터별 특화 진료체계를 구축해 지역 환자들이 서울이나 대구로 가지 않아도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뇌병원과 심장센터는 2024년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됐으며 24시간 상시 대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형외과는 상지관절·하지관절·척추센터로 세분화돼 18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며, 상지관절 분야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또 2017년 개원한 암병원은 진단부터 수술, 항암, 방사선, 재활까지 원스톱 통합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웰빙센터 내 통합면역센터는 암 치료 후 면역치료까지 이어져 지역 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포항세명기독병원 전경. <포항세명기독병원 제공>

포항세명기독병원 전경. <포항세명기독병원 제공>

▶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


세명기독병원은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이라는 미션 아래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왔다. 개원 초기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진료비 지원과 무의촌 의료봉사를 꾸준히 이어왔고, 1996년 병원장 부임 이후에도 이러한 나눔 정신을 병원 운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지난 29년간 국내 의료 수준 향상과 지역 주민 건강 증진은 물론, 2001년부터 베트남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23회째를 맞았다. 더욱이 베트남에는 올해 후원한 SC병원이 문을 열어 내과와 치과 진료 중이며, 향후 소아청소년과와 안과 개설 및 병원이 안정화되면 고엽제 피해 환자를 위한 전문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캄보디아, 몽골 등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의 의료진을 초청해 연수 기회를 제공하며 국제 의료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병원은 지역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한영빈 설립이사장에 이어 2024년에는 제가 '포항시민상'을 수상하며 병원의 헌신이 다시 주목받았다.


▶ 병원의 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세명기독병원은 미래 의료혁신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포항 최초로 2024년 개설된 로봇수술센터는 비뇨의학과와 외과 영역에서 활발히 운영 중이다. 경북대학교병원 출신 이준녕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센터를 이끌며, 개설 5개월 만에 로봇수술 100례를 달성했고, 이후 비뇨기암 로봇수술 100례를 추가로 기록했다. 지방 종합병원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다. 또한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진료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상의학 판독보조, 진료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병원 모델을 검토 중이다. 2026년 1월에는 병원 내 약물과 물품을 운반하는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구현할 예정이다.


▶ 세명기독병원의 중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세명기독병원을 포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종합의료 중심병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AI·로봇수술·정밀의학이 융합된 진료체계를 고도화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 지역사회 건강 증진에 기여할 계획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이라는 설립 이념을 이어가며, 환자와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병원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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