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10년 넘게 이어온 무료 머리염색 재능기부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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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4 17:04  |  발행일 2025-11-04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휴먼시아10단지 아파트 마을문고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여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휴먼시아10단지 아파트 마을문고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모여 머리염색을 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염색약 향기가 퍼지는 아파트 마을문고에서는 미용 공간을 넘어 이웃사랑이 싹트는 행복한 만남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시 동구 휴먼시아10단지 아파트에는 10여 년 동안 매월 이어오는 특별한 봉사활동 전통이 있다. 매월 마지막 화요일이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아파트 내의 작은도서관인 마을문고에 모인다. 머리염색을 하기 위해서다. 머리염색 재능기부를 하는 분도 아파트 주민들이다.


지난 10월에는 29일 수요일에 모였다. 오전 9시부터 시작이지만, 아침 일찍부터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미리 와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 평소에는 주민들의 독서공간으로 이용되던 곳이 이날만은 임시 미용실로 꾸며졌다. 차례대로 머리에 염색약을 바르고 염색이 물드는 동안 기다리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건강을 위해 금호강변 걷기운동을 시작했다는 어르신 이야기와 10월의 지역 축제 이야기, 동네 마트의 할인행사 정보 등 여러 가지 마을 소식과 건강 정보도 교환하고 추석에 다녀간 자녀 이야기도 나왔다.


염색 봉사를 받은 주복화 어르신은 "아파트 내에 사랑방 같은 곳에서 머리염색도 하고 이웃들과 담소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다리는 날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머리염색은 집에서 혼자 하기도 힘들고 매번 미용실에 가려면 경제적 부담도 되는데 무료봉사를 해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초창기부터 재능기부에 참여해온 송정순 경로당회장(77)은 "이웃 어른들이 곱게 단장한 모습으로 좋아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봉사자 이순복씨(66)는 "송 회장님의 꾸준한 노력으로 오늘의 전통을 만들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된 적이 있지만, 10년 넘게 이어 온 우리 아파트의 특별한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9월 26일에는 추석을 앞두고 주민들이 함께 송편을 빚어 입주민들과 경로당, 어린이집, 홀몸어르신께도 전달해 명절의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송현진 아파트관리소장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웃 간의 정이 돈독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아파트문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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