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자연치유

  • 윤기록 새마을문고대구동구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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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13 17:42  |  발행일 2025-11-13
윤기록 새마을문고대구동구지부 이사

윤기록 새마을문고대구동구지부 이사

병이 생기면 우리는 병원부터 찾는다. 그러나 진짜 의사는 내 몸 안에 있다. 상처가 아무는 것도, 열이 올라 세균을 몰아내는 것도 모두 몸속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치유력'이다.


몇 해 전, 한 지인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항암 치료로 입맛을 잃고, 기운이 빠져 일어나기조차 힘겨웠다. 그런데 그는 퇴원 후 매일 공원을 걸었다. 햇빛을 쬐고, 직접 끓인 죽을 먹으며 감사 일기를 썼다. 몇 달 뒤 그의 혈액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얼굴빛도 맑아졌다. 의사들은 회복력이 놀랍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말했다. "약이 아니라 제 몸이 저를 살렸습니다."


그의 회복은 몸 안의 자연치유력이 깨어난 덕분이었다.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이러한 힘을 두고 "진정한 의사는 내 몸 안에 있다"고 했다. 그가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피부가 다시 아물고 부러진 뼈가 붙는 일상적인 회복 과정이 바로 이 자연치유력의 증거다.


문제는 그 힘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불규칙한 식사, 과로,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균형이 무너질 때 질병이 찾아온다. 통합의학자 앤드류 와일은 "약보다 중요한 것은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라 했다. 즉, 자연치유란 내 몸의 회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일이다.


몸은 스스로 조절하는 작은 종합병원이다. 체온과 호르몬, 자율신경이 균형을 맞추고, 손상된 세포는 재생되며, 면역세포는 외부 바이러스와 쉼 없이 싸운다. 마음이 평온할 때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동양에서는 이를 '기혈순환'이라 부르고, 서양의학에서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몸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힘이 자연치유력이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가 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 내부의 회복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완전한 치유는 어렵다. 결국 약과 의술은 자연치유력이 일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건강의 기준은 오래 사는 데 있지 않다.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가, 여기에 있다. 하루 한 끼의 자연식, 10분의 햇빛, 잠깐의 웃음과 감사. 이 소소한 일상들이 자연치유력을 깨우는 첫 단계다.


병을 이기는 힘은 결국 몸 안에서 나온다. 내 몸을 믿는 순간, 몸은 다시 나를 믿고 회복을 시작한다. 100세 시대의 진정한 건강은, 내 몸 안의 의사를 깨워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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