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대장동 개발 사건은 공공과 민간의 합작으로 얼마나 쉽게 천문학적인 부패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공공이 설계한 개발 사업에서 특정 민간인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이 사업의 결정 과정을 둘러싼 정치적 의혹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일부 피고인들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이제 더 이상 법정에서는 밝힐 것이 없는 사건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혹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항소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공적 판단을 한 번 더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법적 장치다. 그러므로 대형 공공개발 사건에서 항소 여부는 국가가 책임감을 지니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헌법에서도 검사만이 공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항소 포기는 은밀하고 조용히 진행되었으며, 그 근거도 상당히 모호했다. '법리 검토' 결과라는 네 글자는 국민적 의문에 시원스러운 답변을 주지 못했다.
프랑스도 한때 대장동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파리 시청 부패 사건, 일드프랑스 지역개발 비리 사건 등 공공재와 권력이 얽힌 사건들을 겪으면서, 프랑스의 사법 신뢰가 크게 흔들렸었다. 특히 일드프랑스 지역개발 비리 사건은 프랑스 파리 주변 대도시권인 일드프랑스지역의 지방자치단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규모 공공계약 비리 사건이었다. 공공계약 입찰에서 선정된 건설업체가 수주 대가로 정치 정당에 비공식 기부 혹은 커미션 형태의 자금을 제공한 사건이다. 이것은 단순 비리가 아니라 '입찰담합과 정치자금 유용 및 지역개발 시장 독점'이라는 구조적 복합성을 지닌 사건으로, 공공이 개입되고 정치자금과 관련한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대장동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프랑스 사회에서 비판이 쏟아진 지점이 바로 검찰의 소극적 판단과 불명확한 항소 결정이었다. 프랑스는 결국 항소 여부가 검찰의 중립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절차는 더 투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일련의 사건 이후 공적 자금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에서 항소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이 제도화되었다. "설명하지 않는 검찰은 신뢰받을 수 없다"라는 원칙이 확립된 순간이었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는 프랑스와 사뭇 대조적이다. 공공자산이 민간의 이익으로 흘러 들어간 구조적 문제가 해명되지 않았음에도, 항소 포기라는 중요한 절차가 외부 검증도 없이 조용히 확정되었다. 절차가 빈약하니 판단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고, 과정이 보이지 않으니 결과도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절차의 투명성은 사법 신뢰의 초석이다. 지금의 사법적 은폐와 침묵은 결국 미래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 정권이 들어서고 첫 일성으로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검찰개혁, 대법관 증원,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을 추진했다. 현 정권이 검찰을 길들여 정치 권력에 복종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장동 사건과 항소 포기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여 밝히는 것이 사법개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앞에 당당해지는 길일 것이다. 설명 없는 침묵과 절차의 투명성, 이 양자택일이 현 정권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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