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 특집]삶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웰다잉(Well-dying)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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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6 07:31  |  수정 2025-11-26 07:32  |  발행일 2025-11-26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무리 부유해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흐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의 이치이자 삶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삶의 끝, '다잉(dying)'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자 실천 과제이다.


◆ 웰다잉은 삶의 완성


최근 들어 '웰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사는 것 만큼 잘 죽는 것, 아름답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남아 있는 이들에게도 고통의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죽음을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바라본다. 윤회 사상에 따르면 이 생에서 쌓은 행과 마음가짐은 다음 생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49재는 고인을 위한 마지막 기도이자 살아 있는 이가 복을 짓는 수행의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종교를 떠나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솔직히 마주하고, 유언장 작성, 장례 방식, 장기 기증 의사 여부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죽음을 터부(taboo)시 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웰다잉의 시작이다.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죽음이란 주제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추모하고 남은 시간을 더 충실하게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자율성과 품위 있는 죽음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인생의 출구전략은 죽음을 향한 준비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더 의미 있고 충만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결국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존엄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별을 남기며, 조용히 인생의 무대를 내려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진정한 웰다잉이자 인생의 출구전략이다.


◆ 미리 알아두면 좋은 장례절차


삶의 마지막 순간은 연로한 부모님을 볼 때면 현실로 다가온다. 고령의 부모님이 자주 아프고, 입원하는 날이 많아지면 자녀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자연스럽게 장례식에 문상을 갈 때면 나도 모르게 어떤 장례식장인, 어떤 상조를 이용하는지, 묘소는 어디로 하는지 관심이 가게 된다. 심지어 연로한 부모님이 "내 묏자리 좀 알아봐라" 또는 "매장이든 화장이든 너희들 편안한데로 해라"라는 말씀을 하실 때는 순간 마음이 미어지면서도 한편으론 자식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게 된다.


황망하게 부모님을 떠나 보내고, 장례식장에서 부모님을 어디로 모실지 고민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죽음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장례식장 선택부터 상조업체 선정, 화장장 예약, 묏자리 마련 등 남아 있는 이들에겐 적지 않은 숙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장례식장은 고인에게는 마지막 공간이지만 남아 있는 가족에게는 고인의 삶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다. 이 때문에 유족이나 문상객들의 동선, 묘소와의 거리, 금전적인 부분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상주를 한 두 차례 경험해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준비들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장례의 첫 관문은 장례식장 선택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장례식장 선택은 상황에 따라 변동사항이 끌 수 있다. 유족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할 것인지, 거리가 조금 있다더라도 문상객들이 오기 용의한 대학병원이 운영하는 장례식장, 전문 장례식장 등을 선택할 것인지도 미리 고민해볼만하다.


상조를 선택하는 것도 고민이 된다. 장례식장에 요청할 것인가, 아니면 유족 중 자신의 회사와 계약된 상조를 이용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통상 상조는 장례 절차와 화장 예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생소한 일들을 원활히 도와준다. 특히 고인을 모실 묏자리는 미리 준비해 두면 좋다고 상조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전국에는 각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민간 또는 종교시설이 운영하는 추모공원 및 납골당 등이 있다. 물론 종중묘지가 있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떤 묘소를 선택하는 매우 중요하다. 남겨진 이들이 평생 고인을 회상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남바른상조 임명섭 대표는 "부모님에 대한 장례준비를 미리 하시는 분들도 최근 들어 늘고 있다"면서 "만약 준비하지 못했다면 믿을만한 상조를 선택해 협조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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