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우리는 왜 전시를 보러 갈까.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잠시 다른 사람의 세계에 머물고 싶어서일까. 어떤 전시는 오래 기억에 남고, 어떤 전시는 쉽게 잊힌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이 질문들은 전시를 만드는 나에게도 늘 어렵다.
전시는 늘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는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가. 전시장을 찾는 누군가는 전시가 기획자 한 사람의 취향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전시장에 놓아두는 일.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끊임없는 판단의 문제에 가까운 전시 기획을 쉽게 생각해 보자면 이렇다.
친구와 여행 일정을 짜면서 많은 곳을 가고 싶지만 한정된 일정과 예산 안에서는 도무지 다 갈 수 없어 아쉽게 포기해야 할 장소를 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처음 집을 방문하시는 손님을 대접하기 전, 어떤 재료로 요리를 해드려야 맛있게 드실까 고민한 경험도 말이다. 전시도 그렇다. 누구나 보고 싶은 작품들이 많겠지만 그중에 무엇을 남길지, 어떤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글을 쓸 때, 문장과 문단을 만드는 과정처럼 전시 역시 구조의 문제라 어떤 이야기를 앞에 두고, 뒤에 둘 것인지, 어디에서 숨을 고르고, 관람객들의 시선을 멈추게 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한 맥락 안에서 연결되어야 한다. 어지럽게 나열해 둔 단어들 중 가장 또렷한 것만을 남기는 일이란, 참 괴롭고도 즐겁다.
오랜 과정 끝에 남는 것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선택되지 않은 작품들과 끝내 구현하지 못한 상상들, 그리고 지워진 단어들은 마음 한편에 꽤 오래 머문다. 전시는 늘 무언가를 남기는 동시에, 무언가를 놓고 온다.
또 하나, 실현 가능한 것과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고 방향을 서서히 좁히는 과정 중에 기획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질문은 작가의 언어와 만나고 기술자와 행정가, 디자이너와 기록자들의 손을 거쳐 관객에게 남는다.
전시는 그렇게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조율과 포기를 거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겠다. 그리고 그 과정 끝에 남는 것은,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라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언제든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어쩌면, 전시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김은지<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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