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이냐 서비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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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5 06:00  |  발행일 2026-01-15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어두운 객석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연극인으로서 늘 가슴 벅찬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미안함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공연 시작 전, 객석에 울려 퍼지는 무미건조한 안내방송 때문이다.


"휴대폰은 꺼주세요." "옆 사람과 대화하지 마세요." "음료 반입은 금지입니다."


연극은 영화와 달리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기를 나누며 만드는 '생물'과 같다. 배우의 작은 떨림이 관객에게 닿고, 관객의 몰입이 다시 배우를 춤추게 하는 그 팽팽한 현장감 때문일까. 우리는 그동안 이 소중한 집중력을 지키기 위해 관객들에게 참으로 많은 '금지'를 부탁해 왔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든다. 비싼 티켓값과 귀한 시간을 내어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이런 딱딱한 제약들이 과연 따뜻한 배려이자 정당한 요구였을까.


예술적 메시지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느끼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문화 서비스'여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의 본능적인 편안함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사실 관객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은 무언가를 '강요'받을 때가 아니라, 무대 위의 이야기에 마음이 '열릴' 때이니 말이다.


이제는 '하지 마라'는 금지의 언어를 '함께 즐기자'는 환대의 언어로 바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객석에서의 작은 뒤척임이나 무의식적인 감탄사조차 공연의 생생한 라이브 소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우리 창작자들에게 필요하다. 관객이 엄숙한 규율에 매여 긴장하기보다, 집 거실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를 마주할 때 비로소 예술의 진심은 더 깊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서비스는 관객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온전히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데서 시작된다. 딱딱한 안내문 대신 정성 어린 눈맞춤을, 차가운 금지 대신 따뜻한 환대를 건네는 것. 그것이 무대예술의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예술의 격조는 객석의 정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편안한 미소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깊은 공감에서 완성된다고 믿는다. 오늘 밤, 우리 공연장을 찾는 모든 이들이 '통제'의 피로함 대신 '존중'의 향유를 가득 안고 돌아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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