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희 'you are not here'<©배진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대구지역 사진 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오는 2월11일까지 배진희 작가 사진전 'The Decade : The map that leads to u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배 작가가 2005년 영국 런던 유학 시절 만났던 하우스메이트들의 모습을 10년 주기로 기록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작업은 20여 년 전 런던의 한 3층 주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배 작가는 방 7개가 있는 셰어하우스에서 다양한 국적의 청춘들과 함께 살았다. 유학생, 노동자 등 각자 다른 목적으로 런던에 모였지만, 모두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배 작가는 함께 살던 동료들의 삶을 사진으로 추적하기로 결심했고, 10년 후의 모습과 비교하기 위해 당시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배진희 'London_Shelly_Taiwan'<©배진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배진희 'London_Emrah_London'<©배진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제공>
10년이 흐른 2016년, 배 작가는 다시 그들을 찾아 나섰다. 2018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수소문한 끝에 당시 하우스메이트 12명 중 10명과 연락이 닿았다. 작가는 미국, 일본, 대만, 노르웨이 등 여러 나라를 돌며 그들의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하우스메이트들과의 첫 만남 이후 20년이 지난 최근의 모습도 함께 공개된다.
배 작가가 프로젝트에 사용한 카메라는 20여 년 전 런던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대형 필름 카메라다. 전시장 벽면에는 2006년 런던에서의 앳된 얼굴, 2016년 각자의 자리에서 중년으로 접어든 모습,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 나란히 걸려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흐릿한 기억이 미화되듯, 일부 사진은 다중 노출 기법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겹쳐 몽환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배진희 작가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전시장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항'처럼 연출됐다. 바닥에는 공항 활주로와 같은 유도 라인이 그려져 있고, 관람객이 '도착(Arrival)'과 '출발(Departure)'이 적힌 공간을 따라 이동하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사진 속 인물들의 사연은 드라마틱하다. 배 작가에 따르면 런던 기숙사에서 가장 가난하게 지내며 "돈이 없어 고국으로 못 돌아간다"고 했던 친구는 영국인과 결혼해 정원 딸린 저택에 사는 자산가가 됐다. 의상을 전공하던 대만 친구는 가방 디자이너가, 샌디에이고에 사는 친구는 교수가 됐다. 옥스퍼드대 출신의 영국인 친구 '러셀'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현재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배진희 작가는 "처음에는 10년 뒤의 미래를 확인하려는 호기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켜켜이 쌓인 시간의 레이어를 정리하고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됐다. 이번 전시는 향후 30년으로 이어질 이들의 서사를 보여주는 중간 기착지이자 새로운 여정의 예고편"이라고 설명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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