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오대학 정문 앞에 있는 교복 상점.<임 원장 제공>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일본도 신분 사회이고, 지독한 학력 사회이다.
일본은 중학교 입시가 있다, 국·공립은 추첨이지만 유명 사립 중학교는 경쟁이 치열하다. 국·공립도 중·고교 6년 동안 한꺼번에 다니는 제도가 있다. 대학입시에 신경 쓰지 않도록 아예 고등학교까지 같이 뽑는다. 이런 통합입학은 경쟁도 치열하고 어려운 시험을 치러야 들어갈 수 있다. 고등학교는 국립·사립 전부 시험을 치르고 들어간다.
이렇게 다양한 입시제도가 있는데 일본에서 가장 어려운 입학시험은? 바로 게이오대학 유치사(우리의 초등학교) 시험이다. 여기에 들어가면 게이오 중·고교·대학까지 그대로 진학한다. 게이오의 "입시 에스컬레이트"는 유명하다. 정원도 수십 명으로 적고, 입학만 하면 출세가 보증되는 게이오대학까지 그대로 올라가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유치사 입학은 부모들 면접도 한다. 어떤 집안인지, 직업이 무엇인지, 부모의 교육관은 무엇인지를 인터뷰 한다. 부모들이 깔끔한 정장을 입고 면접을 하는 모습은 낯설다.
게이오대학은 6개 캠퍼스가 도쿄에 흩어져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처음 개교한 미타 캠퍼스는 내가 나가는 법정 대학이 자리 잡고 있다. 운동장도 없이 건물만 있다. 대학 주위에는 게이오 중·고교가 붙어 있다. 미타구는 도쿄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다.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니 도저히 이해 안되는 부분이다. 시험을 보는데 부모 면접도 들어 있다니?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최고의 대학까지 그냥 올라 가다니?
일본의 정치인 중에서 정치 집안 출신이 많다. 중의원·참의원 중에서 30-40%는 세습된다. 자민당은 세습 비율이 더 높다. 특히 총리는 세습 정치인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이번 다카이치 총리가 세습 정치인이 아니라서 오히려 뉴스에 올랐다.
일본은 선거에서 이기려면 3가지가 필수적이다. 탄탄한 기반, 유명세, 정치자금이다. 이런 면에서 세습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데 국민들은 입시나 선거에서 이런 상황을 허용한다.
우리는 관료나 정치인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지적당하는 것이 교육, 출세에서 아빠 찬스인데, 일본에서는 이것이 버젓이 허용된다는 말인가?
시내 곳곳에 학원들은 명문 중학교에 들어간 상황을 알리고 학원생을 모은다. <임 원장 제공>
게이오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더니 자기들 나름의 생각을 얘기해 줬다.
자기들도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학력 사회에서 고등학교 공부는 입시만을 위한 공부일 수가 있다. 그런데 여유 있는 집안에서, 머리도 좋은 인재가 입시에서 해방되니까 중·고교에서 단순한 공부 이외에 문학·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국가적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부럽지만 그들이 일본을 이끌 인재로 생각하면 허용할 만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유치사부터 시작한 경우 능력이 안되면 어차피 게이오 대학을 나와도 더 이상 뻗어 나가지 못하더라. 능력 있는 인재가 좀 더 뻗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국가로 봐서는 좋은 일이 아닌가? 진짜 무서운 애들은 게이오고교에 들어온 아이들이다. 부모 찬스 없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아이들이라 그들을 3년간 자유롭게 풀어줘서 좀 더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치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타고난 것을 어떡할 것인가? 능력이 안되면 그렇게 당선되어도 대부분 뻗어나지 못하고 탈락하더라. 이건 일본의 뿌리 깊은 전통이라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분노도 없이 꼭 남의 이야기하듯이 담담하다.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되고 반박할 부분도 많았지만 수긍할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소수의 엘리트에게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입시공부에서 탈피해서 좀 더 넓은 생각, 경험을 시키는 것을 용납하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죽어도 안 되겠지만.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학 법정대학 방문연구원)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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