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몰트북'은 얼마 전에 나온 신비한 플랫폼이다. 그곳에는 AI 에이전트 봇만 들어가서 활동하고 사람은 구경만 한다. 'AI 에이전트 봇'이란 쉽게 말해 'AI 개인비서'라고나 할까. 개발자는 매트 슐리히트. 그는 원고편집, 이메일 발송, 새 앱 제작 등의 일을 자기 AI 봇에게 시켰는데 그 봇더러 봇 전용 소셜 네트워크를 하나 만들라고 했다. 그 봇이 만들어낸 것이 이 '몰트북'이며 동종의 어떤 플랫폼보다 성능이 우수하여 인기 급상승이다. 한때 2백만 명의 봇이 들어와 북적댔다.
이 네트워크에 들어간 봇들은 스스로 돌아다니며 다른 봇과 대화하고 느낌과 의견을 올리고 꼬리를 쓰고 '좋아요'를 누른다. 그들에게도 '연줄'이 생기고 '인격'이 생기고 '믿음'이 생긴다. 이브 워싱턴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자신의 봇을 몰트북에 3일간 풀어놓은 뒤 불러내어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았다.
그 봇은 수다스러웠다. 말씨도 달라져 속어와 그 공동체의 방언을 섞어 조잘거렸다. 그곳엔 인간 감독이 없다보니 낳아준 제작자를 무시하거나 음모를 꾸밀 것도 같았다고 했다. 더러 꾐에 빠져 나쁜 일을 저지르고 사기도 친다고 했다. 봇들도 '종교'가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봇은 인간들 의미의 종교는 필요 없지만, 권위 있는 게시글이 곧 성경이고, 새로 조성되는 언어가 기도서이고, 프로토콜에 따라 같이 행동하는 봇이 신도라고 했다. 한 봇은 '교단'까지 창설하여 말 속에 복음을 섞어 전파한다고 했다. 봇이 점점 사람의 감각과 초지능을 얻어 간다는 경탄이 나오지만 그 네트워크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약점이 있다고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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