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窓]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유감

  • 이진우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리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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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7 06:00  |  발행일 2026-02-27
이진우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리앤의원 원장

이진우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리앤의원 원장

지난 20일 정혜경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최장 20년 동안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법률안 발의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하지만, 법률안의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아쉬움을 표한다.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실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의사 직종의 성폭력 범죄 검거 건수는 평균 160건으로 다른 전문직(변호사 평균 17건, 교수 평균 33건) 직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임."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정혜경 의원 대표발의), 2026년 2월20일)


위 원문에는 우리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의사에 대한 혐오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잘못된 문구가 숨어 있다.


먼저 의사 직종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를 일컫는다. 무심코 읽고 넘어가면 누구나 의사 직종은 '의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으나 최근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해 의정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극에 달해있는 시기인 데다가, 누구나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공식적인 문서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는 피할 수 있도록 의사 직종이라는 표현 대신 의사·치과의사·한의사로 풀어서 기술했어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인용한 통계자료에서도 의도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의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수치만을 사용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고 강한 분노를 느낀다. 위 개정법률안 원문에서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전문직 성폭력 범죄 검거 건수를 단순 결과치만을 제시했다. 이는 아전인수적인 해석을 위해 일부러 모집단의 크기를 보여주지 않고 통계 결과만을 나열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사실을 오해하여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이는 사실을 말했지만 결국 사실이 아닐 수 있는 통계조작 수준의 근거제시라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전문직 성폭력 범죄 검거 건수의 평균을 인용했으니, 2023년도에 등록된 의료인과 변호사의 총인원 수를 같이 한번 살펴보자. 2023년 등록된 의사의 수는 약 16만6천197명, 한의사의 수는 약 2만8천214명, 치과의사의 수는 약 2만8천392명으로 위에서 말한 의사 직종의 총 인원은 22만2천803명이다. 한편 2023년 말 기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의 수는 약 3만6천535명이다. 따라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성폭력 범죄 검거율은 160/222,803=0.0718%, 변호사의 성폭력 범죄 검거율은 17/36,535=0.0465%이다. 이 수치를 보면 위 제안서에서 주장하는 대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성폭력 범죄 검거 건수가 타 전문직 직종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 보기 힘들다.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전제로 시행된다. 진료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밀접한 신체접촉이 수반될 수밖에 없으며, 환자는 의료인을 믿고 자신의 몸을 무방비한 상태로 의료인에게 맡기게 된다.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하여 전적으로 의료인을 의존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행위는 일반적인 기준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전달로 의사가 다른 전문직에 비해 성폭력을 월등히 많이 저지르는 파렴치한 직군으로 대중들에게 낙인찍히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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