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출근시간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니다. 김현목 기자
9일 오전 7시 40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 등 중동발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출근 시간대 지하철 내부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진천역 대합실엔 등교를 서두르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 플랫폼에 들어온 하양 방면 열차 역시 출근 시간대임에도 여유 있는 분위기였다.
열차가 상인역과 영대병원역을 거쳐 도심으로 향하는 동안 승객이 조금씩 늘었다. 그럼에도 손잡이를 잡지 못할 정도의 혼잡은 아니었다. 환승역인 반월당역에서 승객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객차 밀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다음 역인 중앙로역에서 상당수가 내리자 다시 한결 여유를 되찾았다.
진천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용(22)씨는 "학교 때문에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며 "최근 유가 상승 때문에 특별히 승객이 늘었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고 말했다.
9일 출근시간대 대구 달서구 진천남네거리에 차량이 밀리는 모습. 김현목 기자
반면 같은 시각 지상 도로 상황은 사뭇 달랐다. 진천남네거리 일대는 테크노폴리스와 성서공단 등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길게 늘어서며 정체가 이어졌다. 신호가 바뀌어도 차량 행렬은 쉽게 줄지 않았다. 일부 구간에선 차량들의 꼬리물기가 반복했다. 출근길 차량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운 모습은 지하철의 한산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일부 산업단지에선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았다. 성서공단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민수(38)씨는 "기름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회사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라며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 기름값과 주차비 부담이 커 통근버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원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구 지역 대중교통 이용객 수엔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교통공사가 집계한 지난 5일 전체 지하철 승차인원은 45만9천326명, 6일 47만3천448명이다. 전주인 2월26일 43만3천36명, 27일 44만6천510명보디 증가했다. 대부분 학교들이 지난 3일 개학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 같은 기간 45만7천15명, 47만6천694명과 비교히면 비슷한 수준으로 전쟁의 영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대구 대중교통(버스·철도) 수송분담률은 2023년 기준 29.0%로 여전히 3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승용차나 택시 등 개인 교통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구 교통수단 분담률<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
전문가들은 대구 교통 구조 자체가 자가용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구정책연구원 최영은 박사(교통)는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도로 체계가 격자형으로 잘 짜여 있고 주차 여건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서울이나 부산처럼 언덕이 많거나 운전이 불편한 구조가 아니다. 시민들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낮은 구조 자체가 유가 변화에 대한 반응을 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대중교통 분담률이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돼 있다 보니 유가 변화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유가 상승이 대중교통으로 대대적인 이동을 이끌어낼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보행 인구 증가 역시 대중교통 이용 증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 박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자가용을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하다는 판단이 서야 교통수단 전환이 나타난다"며 "아직은 시민들이 생활 패턴을 바꿀 정도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9일 대구 한 주유소 경유 값이 ℓ당 2천원을 넘겼다. 김현목 기자
대중교통 인프라의 '공급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계명대 홍정열 교수(교통공학과)는 "테크노폴리스나 산업단지 등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차량 운영비 부담이 있더라도 선택지가 부족해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 교수는 "유가 상승만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유가와 교통수요 사이엔 이른바 '유가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다만 유가가 몇 퍼센트 오르면 대중교통 이용이 몇 퍼센트 늘어난다는 식의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설명이다. 경제 상황이나 이동 패턴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지금과 같은 유가 수준이 한 달 정도 지속된다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며 "유가가 계속 상승할지, 다시 내려갈지에 따라 변화 폭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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