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수성아트피아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정상기 사진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흑백사진 속 붉은 열매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붉은 열매는 겨울철 척박한 땅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새들의 유일한 먹이가 되는 '붉은겨우살이'다. 참나무 가지 15~20m 높이에서 자란 이 기생식물은 새들과 공존하며 자연의 질서를 이어간다.
직각으로 꺾인 가지 위로 피어난 붉은 열매는 제주도 한라산이 분화하는 형상을 닮았다. 또, 까치집 모양으로 자란 붉은겨우살이는 만개한 사과나무를 연상시킨다.
자연의 침묵 속에서 생명의 울림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정상기가 오는 22일까지 수성아트피아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19번째 개인전 '시.각.서.사-삶을 담은 풍경'을 연다.
정 작가는 오랜 시간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해발 1천100m 이상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붉은 열매를 맺는 한라산 붉은겨우살이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정상기 작. <남명씨앤씨 제공>
지난 16일 오후 1시 수성아트피아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만난 정 작가는 "한라산을 오르다가 겨울철 나무 꼭대기에 새집처럼 동그랗게 있는 무언가를 우연히 봤다. 망원렌즈로 촬영해보니 하얀 얼음 속에 빨간 열매들이 균일하게 있는 모습이 너무 영롱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했다"며 "하얀 얼음 속에서도 붉은 열매를 맺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까지 느껴졌고, 그때부터 매료돼 10년 넘게 붉은겨우살이를 사진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작품에는 흰색과 검은색, 붉은색, 이 세 가지 색만 존재한다.
그는 "바탕의 흰색은 평화의 섬 제주를, 나무의 검은색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척박한 환경을, 열매의 붉은색은 척박한 땅에서도 자손을 낳고 억척같이 생존해온 제주도 원주민들의 강인한 삶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색의 단순화, 먹의 농담, 선의 강약, 여백의 미가 담긴 그의 작품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일반적인 사진과 달리 한지에 인화해 질감을 살린 점도 작품을 수묵화처럼 보이게 하는 데 한몫한다.
정상기 작. <남명씨앤씨 제공>
그는 "수묵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 열매에 초점을 맞추고 아주 흐린 날 촬영한다. 멀리서 나무 꼭대기에 있는 붉은겨우살이를 찍으면 선명하지 않고 마치 붉은 점을 찍은 것처럼 표현된다"며 "한지를 사용하는 것도 질감 면에서 수묵화 같은 느낌을 잘 살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백은 개인적 취향이다. 여백이 있으면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의도적으로 큰 나무들을 넣어 화면이 꽉 차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며 "저는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담고 싶기 때문이다. 하늘과 구름, 나무가 주는 자연스러움을 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정 작가가 대구에서 여는 첫 전시다.
그는 "서울·부산·제주 등에서 전시를 했고, 지난해엔 프랑스 파리·낭트 등 프랑스에서만 전시를 열었다"며 "평소 대구를 좋아해서 자주 찾았는데, 요즘 대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시민들께 격려를 전하고 싶다. 작품 판매 수익의 일부도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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