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당신이 알던 동화는 잊어라…‘어른이’들을 위한 뮤지컬 ‘난쟁이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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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8 18:47  |  발행일 2026-03-18
창작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모습. 지난 13~14일 대구 대덕문화전당 무대에 올랐다. <대덕문화전당 제공>

창작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모습. 지난 13~14일 대구 대덕문화전당 무대에 올랐다. <대덕문화전당 제공>

공연 시작 10분 전, 무도회를 앞두고 문지기가 공주들의 입장을 알린다. "공주님들!" 객석에서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네~." 한 여성 관객의 대답에 문지기는 당황한다. "그 공주님 말고요"라며 순발력 있게 상황을 수습하지만, 현장은 웃음바다가 된 지 오래. 곧이어 등장한 신데렐라가 다시 받아친다. "어머, 나보다 먼저 온 공주가 있어?"


'뮤배(뮤지컬 배우)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이란 영상으로 화제가 된 이 뮤지컬의 이름은 '난쟁이들'. 최근 몇 년 새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쓰고 있다. 작품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대학로 창작뮤지컬이다. 최근 전국 순회공연을 시작하며 지난 13~14일 대구 대덕문화전당 무대에도 올랐는데, 이 역시 1분 만에 매진됐다.


작품은 17세 이상 관람 가능한 '어른이' 뮤지컬이다. 익숙한 동화 속 이야기를 완전히 깨부순다. 먼저 만년 조연이었던 난쟁이들이 주연으로 오른다. 난쟁이 찰리와 빅은 매일 광산에서 보석을 캐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동화나라에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오랜 전통대로 무도회에서 진실한 입맞춤을 해서 마법의 종을 울리는 커플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난쟁이들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꾼다. 이들은 마녀를 찾아가 자신들을 왕자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이야기는 독창적인 전개로 흘러간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지났다" "마법은 돈이 있어야 먹힌다"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쳤다"…. 현실을 풍자하는 대사도 돋보인다. 계층 이동의 단절, 물질 만능주의 등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꼬집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비관하지는 않는다. 좌절 대신 유머로 승화하기를 택한다. 여성 캐릭터들 역시 동화처럼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남자에게 보호받고 의존하며 행복을 얻는 모습)를 과감히 비틀며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남성 캐릭터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고 미래를 개척하려 노력한다.


주연 난쟁이들의 1인2역, 조연들의 중독성 있는 안무와 넘버, 세련된 무대 세팅도 관람 포인트. 차마 부모님과는 같이 볼 수 없는 발칙한 연출도 웃음을 선사한다. 다만 넘버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에 비해 넘버의 비중이 적게 느껴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더 많은 넘버를 듣고 싶은 만큼 매력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난쟁이들은 새로운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주목해보시라. 공연은 오는 27일 충북 제천을 시작으로 다음 달 울산, 광주, 경기 군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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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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