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
소설가 김연수는 '우리가 보낸 순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어떤 문장을 읽고, 어떤 문장을 쓰며, 어떤 문장을 말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증명이다. 아름다운 글을 읽고 아름다운 글을 쓰며 아름다운 말을 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언어는 우리의 한계를 규정한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한계가 정해진 언어를 가지고 그 범위 내에서 상대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이 글을 읽는 것도 각자의 언어의 한계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내가 쓴 언어의 한계와 당신이 읽는 언어의 한계가 온전히 일치하느냐다.
다시 소설가 김연수에게로 돌아와, 그의 책 '소설가의 일'의 한 대목에 주목해 본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서로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각자의 언어의 한계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습득해 온 지식과 정보, 경험에 따라 당신의 언어가 가리키는 가치관은 나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나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오해했다면, 이미 서로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면 그건 결국 나의 한계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은 뼈아픈 후회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 한계는 극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연결짓고자 하는 행위는 우리의 본능이며, 우리가 소통하고자 하는 행위는 우리의 욕망이다. 우리는 우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서로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 우리의 언어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결국 사랑이 핵심이다. 사랑하는 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서로를 오해할 수밖에 없지만 다시 이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불안과 절망을 딛고 용기를 내어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다짐으로.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도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의 나는 당신처럼 아름다워지겠다는 이 언어는 이미 아름답다.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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