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옥 수필가·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페르시아만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신도시이다. 2천년 이후 최고층 건물과 인공섬을 개발해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 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관심사는 금(金)이다. 그들은 건물 도처에 금을 녹여 발라놓았다. 왕궁을 본뜬 호텔에 들어가면 천장뿐 아니라 초상화, 심지어는 화장실까지도 금박을 입혀놓았다. 금가루를 뿌린 카푸치노 커피도 있다. 하다하다 이제는 음식에까지 금가루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금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 읽은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이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 왕은 금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께 빌었다. 굴러다니던 돌, 발에 깔린 잔디,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가 모두 금으로 변하자 미다스는 기쁨에 들뜬다. 하지만 그를 반기는 왕비와 공주마저도 그의 품에 안기자 금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는 다시 신을 찾아가 이 재난으로부터 구해달라고 애원했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야 어찌 미다스 왕뿐일까. 금은 연성이 뛰어나 세공하기 쉽고, 광택이 변하지 않으며,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오래 전부터 소중한 재물로 여겨져 왔다. 황금의 가치가 재물이든 허영이든 심지어 사랑이든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기초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르코 폴로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대한 원동력도 바로 황금을 향한 욕망이 아니겠는가.
금가락지도 하나 없는 여자가 두바이까지 날아와 금가루 커피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커피값은 모른다. 여행사 쪽에서 교묘하게 옵션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카페 로비의 TV 화면은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걸프국이 온통 쑥대밭이 돼 있다. 이란 남쪽 미나브 초등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사망한 사건을 집중 보도 중인데 폭격 사건의 공격 주체가 미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화면은 온통 아이를 잃은 가족의 눈물과 아우성으로 지옥이 따로 없다.
귀국 스케줄에 쫓긴 일행이 호텔을 나가기 전 한 번 더 금빛이 번쩍거리는 화장실을 다녀오려 하자 기적처럼 TV 화면이 홍보용으로 바뀐다. 폭격을 맞기 전 아이들이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 왕이 등장하며 신께 애원한다. "골드, 골드, 아이 러브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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