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진 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요즘 한국 주식시장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W'형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루 사이에 시장 분위기가 낙관에서 비관으로 바뀌고, 다음 날 다시 급등하는 장세가 이어진다. 이런 시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투자 전략을 유지한다. 그 대표적인 부류가 바로 가치투자자이다.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단순히 시장 가격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평가한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가치투자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인물은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지표를 통해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과 비교함으로써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한 평가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 투자자도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방대한 기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는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투자자는 단순히 주가의 움직임에만 의존하는 투자자보다 훨씬 안정적인 투자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버핏은 '주가와 기업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신이 평가한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면 매수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높다면 매도하면 된다.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인물로 의인화했다. 그는 미스터 마켓을 조울증 환자라고 표현했다. 어떤 날은 과도한 낙관론에 빠져 무엇이든 비싼 가격에 사려고 하고, 또 어떤 날은 극단적인 비관론에 빠져 헐값에라도 주식을 팔려고 한다.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미스터 마켓과 거래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그가 과도하게 낙관적일 때는 비싸게 팔고, 그가 지나치게 비관적일 때는 싸게 사면 된다. 문제는 투자자 자신도 종종 미스터 마켓과 같은 감정 상태에 빠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식시장이 인간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이론으로 로버트 쉴러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같은 해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유진 파마 교수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그의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며, 우리가 보기에는 과도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주가의 움직임조차도 새로운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코스피가 이란 전쟁 종결 가능성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발언에 크게 흔들린 사례가 좋은 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나친 반응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종결 여부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작은 정보라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찌 되었든 오늘날 코스피 시장은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대상은 시장이 아니라 바로 투자자 자신이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매매를 반복한다. 만약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인 매매를 하는 성향이라면 주식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채권이나 다른 투자 방법을 찾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변수는 금리도, 전쟁도, AI도 아니다. 바로 투자자 자신의 조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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