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작곡가·예술기획자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순간들을 좋아하는가.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사소한 데서 자주 기분이 좋아지는 편이다. 고양이 털에 얼굴을 묻었을 때 햇빛에 말린 이불 같은 냄새가 날 때, 신천을 걷다가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생각보다 큰 물고기를 발견하고 잠깐 멍해질 때, 계절이 바뀌면서 바람의 온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낄 때 같은 순간들이다. 특별한 일은 아닌데, 그런 순간에는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도 비슷했다. 기대 없이 바라보던 바다 위로 갑자기 돌고래가 나타났고, 잠깐이었지만 그 장면이 유난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대단한 일이 있었던 하루는 아니었는데, 그 짧은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그런 장면들이 꽤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잘해야 할 것들, 더 멀리 가야 하는 것들에 마음이 쏠려 있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중의 상태를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는 걸 알게 됐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들이 하나쯤은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냄새나 소리, 아무 이유 없이 편안해지는 시간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자주 발견하고 싶어졌다.
나는 감정에 비교적 솔직한 편이라 기분이 쉽게 좋아지기도 하고, 또 쉽게 가라앉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를 기분 좋게 만드는 순간들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하루가 조금 부드럽게 흘러간다.
요즘은 일부러 그런 장면들을 눈에 담아두려고 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기억해두는 식으로. 그리고 가끔은 그걸 작업 속에도 살짝 끼워 넣는다.
종종 음원 곳곳에 돌고래 소리를 몰래 숨겨두곤 한다. 바다가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면서도,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런 장면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고 싶어서다. 대구라는 도시 위를 요정처럼 돌고래가 날아다닌다고 상상하면, 조금 엉뚱하지만 그 이미지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아마 작품을 만드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아했던 순간들, 기분이 좋아졌던 장면들을 다른 방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 그리고 누군가도 그 안에서 비슷한 감정을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대단한 순간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로 더 자주 행복해지는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하루 안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쯤 발견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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