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축제 맞니껴?”…이름 바꾼 안동 대표 축제, 시민은 아직도 헷갈려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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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5 22:23  |  발행일 2026-03-25
2025 차전장군 노국공주축제<안동시 제공>

2025 차전장군 노국공주축제<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시 대표 축제가 이름부터 시민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민선 8기 들어 '안동민속축제'는 '차전장군노국공주축제'로 바뀌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지금도 "민속축제 맞니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나온다.


브랜드를 새로 세운다며 간판은 바꿨지만, 시민이 부르지 않는 이름은 정체성을 강화하기는커녕 혼선과 피로감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시와 안동문화원은 오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옛 안동역사 부지와 탈춤공원 일원에서 '2026 차전장군노국공주축제'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상가 운영자 모집 공고 등 각종 공식 홍보물에도 해당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선 여전히 '안동민속축제'라는 표현이 훨씬 자연스럽게 쓰인다. 수십 년간 축제를 기억해 온 시민들 사이에선 "민속축제 언제 하느냐" "올해 민속축제도 구 안동역에서 하느냐"는 말이 먼저 나온다. 특히 노년층은 물론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새 이름보다 옛 이름이 더 쉽게 통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안동시 옥동에 사는 70대 이정희씨는 "차전장군… 뭐라고 하는지 길어서 잘 안 외워진다. 우리한텐 그냥 민속축제"라며 "오래 써온 이름을 굳이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상동의 50대 학부모 김선아씨도 "아이한테 축제에 간다고 하면 '민속축제'라고 해야 바로 알아듣는다"며 "학교나 홍보물에서는 새 이름을 쓰는데 집에서는 다 옛 이름으로 말하니 오히려 더 헷갈려한다"고 했다.


원도심 상가 자영업자 50대 김명진씨는 "관광객에게 설명할 때도 한 번에 안 먹힌다. '안동민속축제'라고 하면 바로 이해하는데 지금 이름은 한 번 더 풀어 설명해야 한다"며 "대표 축제 이름이면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불러야 하는데 너무 길고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지정희씨는 "아이들끼리도 민속축제 간다고 하지 현재 공식 명칭을 그대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전했다.


축제 명칭은 단순한 행정 표기가 아니라 지역 대표행사의 정체성을 압축하는 핵심 브랜드다. 그래서 더 쉽고, 더 분명하고, 더 오래 남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명칭은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으려는 의도와 별개로, 생활 현장에서 즉시 통용되는 언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동민속축제'는 직관적으로 이해됐지만, '차전장군노국공주축제'는 지역민조차 축제 전체 이름보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행사 일부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명칭 변경 자체보다도, 시민 공감대 형성과 단계적 전환 없이 행정이 일방적으로 공식 명칭만 밀어붙인 데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축제 브랜드를 바꾸려면 단순히 간판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왜 바뀌었는지 납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장기적 설명과 홍보가 뒤따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충분했느냐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문화행사 기획자는 "대표 축제 이름은 회의실에서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통과 학교, 가정에서 불려야 살아남는다"며 "시민 다수가 여전히 '민속축제'라고 부른다면 그건 시민이 뒤처진 게 아니라 행정 브랜딩이 현장 언어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의 대표 축제는 결국 시민이 먼저 기억하고 먼저 불러야 힘을 가진다. 시민 입에 붙지 않는 이름, 설명이 필요한 이름, 세대를 가로질러 혼선을 만드는 이름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브랜드 경쟁력을 잃은 셈이다. 이름을 바꿨다고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민이 자연스럽게 부르던 이름을 지워버린 대가로, 지금 안동은 대표 축제의 이름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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