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경주시장 예비후보(왼쪽)와 박병훈 경주시장 예비후보가 각각 기자회견과 출마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낙영 선거캠프 및 박병훈 선거캠프 제공>
선거철만 되면 또 전화가 온다. 경북 054로 시작하는 번호라 업무 전화인가 싶어 받지만, "안녕하십니까? 또는 여보세요, ○○○ 예비후보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곧바로 끊는 시민이 많다. 이처럼 경북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육성 ARS 음성메시지가 쏟아지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경주에선 이번 논란이 주낙영 경주시장 예비후보 측 ARS를 둘러싸고 본격화했다. 박병훈 경주시장 예비후보 측은 주 후보 측이 지난 2일과 4일, 5일 발송한 음성메시지에 특정 후보 지지와 선택을 요청하는 문구가 담겨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은 여론조사 지지와 선택을 요청한 ARS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육성 ARS 자체는 특정 후보만의 방식으로 보긴 어렵다. 영남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박병훈 예비후보 측도 지난 3월 3일과 30일 박 후보 본인과 자녀의 육성 ARS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 박병훈 예비후보 캠프 실무자인 박재용씨는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꼭 투표해 달라는 식의 ARS는 일반적인 투표 독려 캠페인에 가깝지만, 특정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문구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ARS 음성메시지를 발송한 건 맞지만 모두 6월 3일 꼭 투표해 달라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주 후보 측은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주 후보 측은 7일 입장문에서 선거운동 방식과 관련해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고 안내받은 범위 안에서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 문제가 제기된 음성문자 관련 사항도 사전에 선관위에 검토를 요청했고 당시 기준에 따라 진행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자동동보통신의 경우 8회까지 허용되는 등 비교적 폭넓게 인정된다. 하지만 육성이 담긴 음성 ARS는 다르다. 선관위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가운데 음성·화상·동영상 등은 문자메시지와 같은 범주로 보지 않고 있다. 당내경선 과정에서 ARS 전화를 이용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법이 정한 경선운동 방법에 포함되지 않아 위법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실제 대법원도 당내경선 과정의 ARS 음성메시지 선거운동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대법원은 2022년 6월 전남 화순군수 선거를 앞두고 당내경선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육성 ARS 메시지 8만 건을 발송한 혐의로 기소된 전 화순군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형을 확정한 바 있다. 다만 이 사건은 발송 규모와 지지 호소 성격이 재판에서 인정된 사안인 반면, 이번 경주 사례는 실제 발송 문구와 대상, 선관위 사전 검토 및 질의 내용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경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경선판에 여러 후보의 육성 ARS가 난무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메시지가 단순 투표 독려이고 어떤 메시지가 지지 호소에 해당하는지 가려내는 일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선관위에 사전 질의 내용 등을 문의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선관위 측은 "담당자의 출장 업무 관계로 현재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ARS와 문자 발송에 대한 유권자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의례적 인사말까지 일반 연락으로 허용되면서 현장에선 선거운동과 일상 연락의 경계가 더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성동 주민 손모(70대)씨는 "처음엔 후보가 직접 전화한 줄 알고 깜짝 놀라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만 곧 녹음된 ARS라는 걸 알게 되면 허탈하다"며 "선거철마다 이런 전화가 반복되니 피로감이 크다"고 말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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