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의 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제공>
유튜브만 알고리즘대로 뜨는 것이 아니다. OTT도 취향대로 추천한다. 비슷비슷한 소재와 결말에 지칠 즈음 이 영화를 만났다. 독특한 소재와 전개는 단연 돋보인다. 색다른 이야기에 유머와 따뜻함이 있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영국의 극작가 앨런 베넷의 실화다.
새로 이사 온 앨런의 동네에는 홈리스인 메리 셰퍼드가 산다. 밴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는 동네 주민에게 기피 대상이다. 고집이 세고 괴팍하며,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주위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고, 냄새도 난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집 마당을 내준 앨런은, 15년간 할머니와 동거(?)하게 된다. '소심함' 때문에 할머니를 쫓아내지 못했다지만, 작가의 호기심과 연민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오랜 세월 할머니를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로 소설을 쓴다. 소설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연극의 작가, 배우, 연출이 모여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두 명의 앨런이 등장하는 것이다. 두 명의 앨런이란 작가 앨런과 생활인 앨런이다. 영화 내내 둘은 대화하며, 옥신각신한다. 작가 앨런은 미스 셰퍼드를 관찰하고 궁금해하는데, 생활인 앨런은 불평하며 투덜댄다. 두 명의 앨런이 갈등하는 장면들이 재미있다. 미스 셰퍼드라 불린 할머니는 젊은 날 피아니스트였고, 한때는 수녀였다. 할머니의 놀라운 사연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도 흥미롭다.
영화의 일등공신은 미스 셰퍼드 역 매기 스미스(1934~2024)의 연기다. 괴팍하고 무례해 보이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주름 가득한 맨얼굴의 연기가 아름답다. 연극과 영화 모두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저명한 연극 연출가인 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은 이 영화를 "주도적으로, 자기 의지대로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라 말했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산다는 건 무엇일까? 앨런은 미스 셰퍼드를 지켜보며 자신의 엄마를 떠올린다. 앨런의 엄마는 미스 셰퍼드를 시설에 보내라며 묘한 눈길로 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보다 먼저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다. 미스 셰퍼드는 휠체어를 타고도 자유롭게 활보하는데, 고상 떨던 엄마는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만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당당하게 산 미스 셰퍼드는 밴에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일 거라고.
15년간이나 홈리스 할머니를 자신의 집 마당에서 살게 둔 극작가 앨런 베넷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할머니를 관찰하며 차츰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간다. 괴팍함 속에 숨은 순수한 모습을 보며, 한때 아름다웠던 시절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관찰의 미학'을 본다. 그 누구의 삶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젊은 날의 미스 셰퍼드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 흐르는 슈베르트와 쇼팽의 피아노 선율이 아름답다. 특히 엔딩 장면,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3악장 론도)의 경쾌한 음이 보는 이를 위로한다. 가슴 아픈 삶이지만 반짝이는 시절은 있었다고, 이만하면 괜찮지 않냐고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2026 영남일보 수습 기자 모집](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4/5_news-a.v1.20260427.a4dfe9b5a4a94d23a9dc0bb6c417273d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