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 서민경제에 정책을 집중해야

  •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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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9 11:50  |  발행일 2026-04-10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최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효한 개념이 바로 채찍효과(Bullwhip Effect)이다. 채찍효과란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미미했던 수요와 가격 변동이 공급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증폭되어 상위 단계일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이란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은 역설적으로 공급망의 하단, 즉 서민경제와 영세 생산부문에 우선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비대칭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석유화학 등의 업스트림(Upstream) 산업에서 시작되지만, 그 영향은 곧바로 운송비, 전기요금, 난방비, 원재료가격 상승으로 파급된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나 상위 공급라인 기업들은 가격의 민감 정도에 따라 전가 능력과 재무적 완충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저소득층과 서민, 그리고 영세 제조업체는 이러한 비용 상승을 이겨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채찍효과의 진폭은 공급망 상위가 아니라, 가격 전가가 어려운 하위 경제주체에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대비 에너지 및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바로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교통비와 난방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둔화로 바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영세 제조업은 원재료와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생산비가 급등하지만, 납품단가에 즉시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있어 수익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충격은 다시 민생경제의 기준이 되는 자영업자와 사업서비스업으로 전이된다. 소비 위축은 외식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고용 축소와 지역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즉, 유가 충격은 단일 산업 문제가 아니라 민생경제 전반의 연쇄적 위기로 확대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과정은 경제학의 대표적 원리인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추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사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실질소득 감소는 곧바로 총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유가 상승 → 서민 소비 위축 → 자영업 매출 감소 → 고용 축소 → 경기 둔화라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이번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니라, 채찍효과를 통해 증폭된 민생경제 충격이다. 정책 대응의 초점 역시 명확해야 한다. 첫째,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에너지 비용 지원과 생활비 보조가 필요하다. 둘째, 영세 제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유류비 및 원자재 비용 보전,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물류·운송비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과 함께 가격 담합 및 과도한 인상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지금의 경제정책은 거시적 안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채찍효과가 보여주듯, 충격은 항상 약한 고리에서 증폭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망 최상단이 아니라, 최하단에서 버티고 있는 서민과 영세 경제주체를 보호하는 하방 중심 정책이다. 성장의 변곡점을 넘어선 우리경제는 이러한 충격에 고도성장보다는 민생경제를 지키는 것이 경제 전체를 지키는 길이고 가장 우선되어야 할 위기대응정책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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