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돋보기] 천차만별 빵값, 어디가 가장 맛있을까? 비쌀수록 맛있을까?

  • 김지혜
  • |
  • 입력 2026-04-11 10:46  |  수정 2026-04-11 11:01  |  발행일 2026-04-11
대구지역 5개 빵집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니
단팥빵 ‘프리미엄’, 소보로 ‘가성비’, 카스테라 ‘프랜차이즈’
우후죽순 천원빵집…전문가 “지속 불가능한 불황형 소비”
영남일보 디지털팀은 지난 9일 빵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식단이 맛보기 전 비쥬얼 평가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으로 슈크림빵을 선택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영남일보 디지털팀은 지난 9일 빵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식단이 맛보기 전 비쥬얼 평가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으로 슈크림빵을 선택하고 있다. 이나영기자

최근 단돈 1천원으로 빵을 살 수 있는 이른바 '천원빵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지하철역 등 유동 인구 밀집 지역은 물론 주택가 골목 상권까지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구지역 내 제과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2월 기준 909곳이던 제과점은 올해 2월 1천161곳으로 200곳 이상 늘었다.


매장 증가세만큼이나 빵 가격대도 크게 벌어져 있다. 빵은 비쌀수록 더 맛있을까? 실제로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영남일보 디지털팀은 지난 9일 편의점, 대형프랜차이즈, 대구 토종 고가·저가 빵집, 천원빵집 제품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봤다.


빵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단팥빵, 소보로, 카스테라, 슈크림빵으로 정했다. 최대한 종류별로 구매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대형프랜차이즈 빵집과 천원빵집을 제외하고 나머지 3곳에서는 네 가지 빵을 전부 구할 수는 없었다. 가격 차이는 카스테라 기준 최대 4배 이상까지 났다.


편의점에서는 단팥빵(1천400원)과 슈크림빵(4천700원)을 샀지만 편의점 측에서 직접 제조해 들여온다는 단팥빵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아예 제외했다. 대형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는 단팥빵(1천800원), 소보로빵(1천800원), 카스테라(2천600원), 슈크림빵(1천800원)을 구입했다.


대구 토종 고가빵집에서는 단팥빵(3천200원)과 카스테라(5천500원)를 샀고, 대구 토종 저가빵집에서는 단팥빵(1천원), 소보로(1천원), 카스테라(1천200원)을 살 수 있었다. 천원빵집에서는 단팥빵, 소보로, 카스테라, 슈크림빵 모두 1천원에 샀다.


◆ 가장 맛있는 빵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테스트는 철저하게 블라인드로 진행했다. 테스트 시작 전 접시 아래 빵집명을 대신해 A, B, C, D, E 명을 순서대로 적어뒀다. 블라인드 테스트에는 20대 남성 3명이 시식단으로 참여했다. 단팥빵, 소보로빵, 카스테라, 슈크림빵 순으로, 보기에도 좋고 맛있는 빵을 골라보기로 했다.


우선 겉으로 봤을 때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빵을 선택하도록 했다.


시식단은 대형프랜차이즈 단팥빵이 가장 맛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단팥빵보다 팥이 많고 일률적인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보로빵도 3명 중 2명이 대형프랜차이즈를 택했다. "색감이 노릇노릇하고 소보로 코팅도 다른 빵들에 비해 잘돼 있어 보여서 골랐다"고 했다. 카스테라 역시 대형프랜차이즈의 카스테라가 꼽혔다. 슈크림빵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슈크림빵이 맛있게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빵을 직접 맛보면 어떨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고가빵집, 천원빵집, 대구토종 저가빵집 단팥빵. 이수현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고가빵집, 천원빵집, 대구토종 저가빵집 단팥빵. 이수현기자

우선 단팥빵은 3명 모두 만장일치로 대구 토종 고가빵집의 단팥빵을 꼽았다. 시식단은 "직접 팥을 만든 것 같다", "팥 앙금만 있지 않고 호두 등 견과류가 함께 있어 씹을 때 재미를 준다", "맛이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이 3배 이상 비싼 만큼 맛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왼쪽부터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저가빵집, 천원빵집 소보로빵. 이수현기자

왼쪽부터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저가빵집, 천원빵집 소보로빵. 이수현기자

소보로빵은 2명이 대구 토종 저가빵집의 소보로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대형프랜차이즈 소보로 보다 800원이나 저렴하지만 맛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 대형프랜차이즈의 소보로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맛이 느껴진다, 푸석하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반해 대구 토종 저가빵집의 소보로는 "많이 달지도 않고 부드럽다", "덜 푸석하고 쫄깃하고 마가렛 과자 느낌의 소보로가 인상적이다"고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고가빵집, 천원빵집, 대구토종 저가빵집 카스테라. 이수현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형프랜차이즈, 대구토종 고가빵집, 천원빵집, 대구토종 저가빵집 카스테라. 이수현기자

카스테라는 2명이 대형프랜차이즈를, 1명은 "식감이 부드럽다"며 대구 토종 저가빵집을 꼽았다. 대형프랜차이즈의 카스테라를 고른 이유로는 "계란과 우유향이 풍부하게 나고 카스테라의 전형적인 맛이 난다"고 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날 구입한 빵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 대구 토종 고가빵집의 카스테라에서 "인공적인 감미료 향이 난다"는 평이었다.


왼쪽부터 편의점, 대형프랜차이즈, 천원빵집 슈크림빵. 이수현기자

왼쪽부터 편의점, 대형프랜차이즈, 천원빵집 슈크림빵. 이수현기자

슈크림빵도 2명이 대형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가장 슈크림빵 맛에 가깝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편의점의 슈크림빵을 맛본 시식단은 악평을 쏟아냈다. 중국에서 아예 만들어져 온 빵이다. 시식단은 "생크림 맛은 나긴 하지만 겉을 감싸고 있는 것이 빵인지도 모르겠다, 눅눅한 뻥튀기 같다", "너무 달다"고 평했다.


네가지 빵을 모두 맛본 이들에게 딱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빵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2명이 대구토종 고가빵집의 단팥빵을, 1명이 대형프랜차이즈의 카스테라를 골랐다. 결국 가격 차이는 맛으로 이어진 것이 입증된 셈이다.


◆ 빵 가격 차이 나는 이유는?


그렇다면 최대 4~5배까지 나는 빵 가격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빵의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생산방식과 인건비, 그리고 원재료의 차이에 있었다.


고가 빵집과 대형프랜차이즈는 매장에서 제빵사가 직접 빵을 굽거나 반죽을 다루는 시스템이 주를 이룬다. 반면 편의점이나 천원빵집의 빵들은 전북 고창, 대구 달성, 경기 남양주 등 전국 각지의 대형 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유통된다. 공장제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단가를 극단적으로 낮춘 것이다.


또한 천원빵집은 대체로 무인점포로 운영되고 있어 판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매장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 절감이 저렴하게 빵을 판매할 수 있는 핵심 비결이 됐다. 고가 빵집은 상권에 따른 임대료와 숙련된 제빵사의 인건비가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재료의 품질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고가 빵집의 빵들은 유기농 밀가루, 고급 천연버터, 직접 만든 팥 앙금이나 풍부한 견과류 등 프리미엄 재료를 내세워 맛의 차별화를 둔다. 공장형 빵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한 마가린, 쇼트닝, 수입산 가공 앙금 등을 사용해 재료비 부담을 덜어내는 식이다.


결국 '비싼 빵'은 좋은 재료 등의 프리미엄의 가치를, '저가빵'은 효율적인 대량생산과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성비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 "고물가 시대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현상"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극한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좇으면서도, 동시에 본인이 가치를 두는 프리미엄 디저트에는 기꺼이 큰 돈을 지불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성향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고 있는 '천원빵집' 열풍에 대해 고물가 시대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현상'으로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단가를 극단적으로 낮춰 1천원에 판매하는 수익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


최형민 영남대 교수(식품경제외식학과)는 "가격을 낮춰 승부하는 이른바 '가격 차별화'는 시장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낮은 단계의 차별화 정책"이라며 "물가와 원재료비가 끊임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초저가 비즈니스 모델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원에 팔아서 얼마나 이윤이 남겠으며, 그 구조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최근의 천원빵집 열풍은 장기적인 산업의 변화라기보다는 고물가 시대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불황형 소비 현상으로, 잠깐 반짝하고 마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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