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 호황에 가려진 대구 경제의 짙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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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9 09:03  |  발행일 2026-04-29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국내 거시경제 지표는 순항 중이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초호황'이 만들어낸 착시일 뿐, 대구를 비롯한 지방의 체감 경기는 싸늘하기 짝이 없다. 특히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직격탄을 맞은 대구 경제는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대구 경제의 근간인 섬유를 포함한 제조업은 사상 최악의 침체에 허덕이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섬유업체들은 수출길이 막힌 데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역마진' 구조에 갇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대구 섬유산업 생태계 전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고유가 역시 치명적이다. 최근 대구상의 조사 결과, 지역 기업의 97.9%가 물류비 급증 등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반수 이상의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중견 기업들조차 "더는 버틸 힘이 없다"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작금의 국내 경제 상황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만 온기를 누리는 극심한 'K자형' 양극화 구조다. 정부는 단순히 거시지표 수치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침체한 지방 경제에 숨을 틔워 줄 수 있는 마중물이다. 대구의 경우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과 파격적인 금융·재정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 등의 실질적 뒷받침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구시장 후보들 또한 산업혁신 같은 미래 먹을거리 공약도 중요하지만, 당장 지역 민생에 온기를 불어넣을 '서민 체감형' 대책 마련에도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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