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살아 숨쉬는 보훈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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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8 08:59  |  발행일 2026-05-08

보훈(報勳)은 과거를 기억하는 정신이 아니라 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현재의 가치로 부활시키는 미래 지향적인 일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훈 행사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대한민국의 영웅들이 교과서 속 활자에 갇혀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보훈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2024년 독립운동가 87명의 흑백 수의(囚衣) 사진을 한복으로 복원한 '처음 입는 광복'은 영웅을 교과서에서 탈출시킨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 조회수 800만회를 돌파하며 국민 공감을 이끌었다.


구미시가 딥러닝 음성 합성 및 고화질 복원 기술로 기획한 독립운동가의 디지털 복원은 '처음 입는 광복'을 뛰어넘을 걸작이다. '처음 입는 광복'은 시각적 복원에 머무른 반면 구미시는 '청각적 복원'을 활용한 인터랙티브(쌍방향) 소통 측면에서 새로운 디지털 보훈 사례다. 생전 음성 데이터가 없는 지역 출신 허위·장진홍·박희광 선생의 목소리를 AI로 창조헸디. 전국 최초의 지자체 주도 디지털 보훈 컨텐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보훈은 낡고 무거운 것'이라는 편견을 깨부술 '반가운 균열'이다. 오는 10월 'e독립운동기념관'에서 공개한다.


구미시는 독립운동가의 AI 영상 및 애니메이션 복원과 창작 뮤지컬 '산이 된 별들' 제작에 5천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초·중·고교생 20명이 직접 대본을 쓰고 무대에 오를 이 뮤지컬은 '공감의 깊이'를 보훈의 본질로 삼았다. 구미시 보훈 모델의 핵심은 명확하다. 디지털로 흥미를 열고, 체험으로 이해를 다지며, 창작으로 가치를 완성하는 삼각 구조다. 오늘의 언어로 다시 쓰지 않는 보훈은 죽은 역사다. 작은 보훈 혁신이 구미를 넘어 전국적 확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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