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청송 벽절정, 임진왜란 충절 품은 ‘푸른 절개’의 공간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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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09 10:13  |  발행일 2026-05-09
의병장 심청 선생 기리는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청송군, 경북도 지정 문화유산 등재 추진
의병장 심청 선생 기리는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인 벽절정 전경. <정운홍 기자>

의병장 심청 선생 기리는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인 벽절정 전경. <정운홍 기자>

경북 청송의 한적한 마을길 끝자락에는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 의병장의 충절을 기리는 정자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인 벽절정(碧節亭)이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 정자에는 전란의 역사와 선비 정신이 함께 스며 있다.


벽절정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벽절 심청(沈淸) 선생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심청 선생은 울산 도산성 전투 등에서 활약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항전한 충절로 이름을 남겼다.


'벽절'이라는 호 역시 그의 충의를 상징한다. 기록에 따르면 선조가 그의 절의를 기려 '푸른 절개'라는 뜻의 '벽절'이라는 호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벽절정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단순한 정자의 이름을 넘어 나라를 위한 충성과 절의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의병장 심청 선생 기리는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인 벽절정 전경. <정운홍 기자>

의병장 심청 선생 기리는 청송군 향토유형문화유산 제6호인 벽절정 전경. <정운홍 기자>

벽절정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확인되지 않지만, 지역에서는 임진왜란 전후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후 긴 세월 동안 화재와 풍수해 등을 겪으며 여러 차례 훼손과 중건이 반복됐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919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 중건한 것이다.


정자는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로 비교적 아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주변에는 관리사가 함께 배치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오래된 목재와 기와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벽절정은 과거 '구송정(九松亭)'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정자 주변에 아홉 그루의 소나무가 심겨 있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은 당시의 소나무들이 대부분 남아 있지 않지만, 정자 주변 풍경에는 여전히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돈다. 청송 특유의 산세와 어우러진 정자의 모습은 옛 선비 문화 공간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벽절정 툇마루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과거 구송정이라로 불렸던 이유인 소나무와 청송읍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운홍 기자>

벽절정 툇마루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과거 '구송정'이라로 불렸던 이유인 소나무와 청송읍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정운홍 기자>

현장 안내판에는 '임진일기'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심청 선생의 행적과 벽절정의 유래가 소개돼 있다. 지역에서는 이곳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의병 정신과 충절을 기억하는 역사 교육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청송군은 지역 의병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인 벽절정의 경북도 지정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관련 자료 정비와 역사적 가치 검토 등을 진행하며 보존과 활용 방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벽절정은 규모만 놓고 보면 전국의 유명 누정들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이 공간이 지닌 의미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한다. 전란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던 선조들의 정신이 지금까지 지역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송 곳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들이 남아 있다. 벽절정 역시 화려한 관광자원보다는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낸 생활 속 문화유산에 가깝다. 오랜 시간 마을과 함께 숨 쉬어온 작은 정자 한 채는 오늘도 조용히 '푸른 절개'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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