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월항면 죽관마을 김경민 이장이 벼농사를 짓기위해 논에 물을대고 트랙터가 물로타리 작업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석현철 기자>
"참외 모종 1만 포기를 준비했는데 절반인 5천 포기가 더위에 모두 죽여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태풍으로 시설하우스 두 동의 비닐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지요. 그때는 정말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용각2리 죽관마을 김경민(58) 이장은 지금은 참외 시설하우스 20동을 운영하는 어엿한 농업인이지만,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사진작가와 인테리어 업을 하던 그는 반복되는 경쟁과 바쁜 생활 속에서 심신이 지쳐가던 중 처가가 있던 성주를 찾게 됐다. 자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귀농을 결심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농사 기술도, 경험도 부족했던 그는 실패를 거듭했다. 모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절반을 잃었고, 태풍이 몰아친 날에는 애써 지은 시설하우스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귀농연합회 회원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혼자였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 고마움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봉사활동과 지역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성주군 귀농연합회 회장(2021~)과 월항자율방범대장(2021~)을 맡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월항면 용각2리 죽관마을 이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원래 그는 마을 반장으로 활동하던 중 전임 이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해 이장직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장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의 연속이었다.
"사실 제 일도 바쁜데 마을 전체 일을 챙긴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행사 준비부터 주민 민원, 어르신들 불편사항, 심지어 소소한 분쟁 해결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22일 김경민 죽관마을 이장이 참외밭에서 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석현철 기자>
특히 용각2리는 죽관마을과 필산마을 두 곳으로 나뉘어 있어 이장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죽관에서 산길을 넘어가면 바로 필산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자동차로 가려면 용각1리와 3리를 지나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필산마을에는 별도의 반장이 활동하고 있지만, 어버이날이나 마을 잔치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김 이장은 두 마을을 모두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행사 날이면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이 '수고했다'며 웃어주시면 그 말 한마디에 피로가 다 사라집니다.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힘이 납니다."
그는 이장으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마을 환경 개선을 꼽았다. 마을에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 길이 넓어지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한층 편리해졌고, 그 변화를 주민들과 함께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 사는 건 함께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귀농하면서 받았던 도움과 따뜻함을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것, 그게 지금 제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김경민 이장은 오늘도 참외하우스와 마을회관, 그리고 주민들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시작된 귀농의 삶은 이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는 또 다른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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