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판타지아대구페스타의 약령시한방문화축제와 동성로축제를 찾았다. 도심 골목은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활기가 넘쳤고, 아이들은 체험 부스마다 발길을 멈추며 즐거워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 대구 대표 거리예술형 퍼레이드인 파워풀대구페스티벌이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대구에서 가장 '대구다운' 장면 하나가 빠진 느낌이었다.
2026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역 축제 현황을 보면, 대구 축제는 연간 32개, 전체 예산은 144억7천200만 원에 달한다. 특별·광역시 가운데 서울(71개), 부산(57개)에 이어 세 번째로 축제가 많은 도시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어둡다. 판타지아대구페스타 축제 평가보고서(2025)에 따르면, 통합 후 관람객의 82.3%가 여전히 대구시민이고, 외래관람객 비중은 통합 이전(19.6%)보다 오히려 소폭 줄어든 17.7%에 불과하다. 대구 축제가 '시민잔치'를 넘어 진정한 '관광산업'으로 도약하려면, 세심한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대구 대표축제를 '시민행사' 중심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문화관광축제'로 설계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연간 100만 여명이 찾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은 관광 집객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6년 예비 글로벌축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치맥'이라는 일상 소재를 글로벌 콘텐츠로 브랜드화한 것처럼, 약령시한방문화축제·파워풀대구페스티벌·국제뮤지컬페스티벌도 '대구만의 도시 대표성·상징성·매력성'을 갖춘 문화관광형 축제로 단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판타지아대구페스타 효과 분석(대구정책연구원, 2026)에 따르면, 통합 이후 약령시 구역 방문객 수는 2019년 대비 평균 16.2% 증가(19만2천651명)했고, 수도권 방문자도 서울(+8.0%)·경기(+7.7%)·인천(+7.8%) 등에서 늘어나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둘째, 현장형 축제 개최 중심에서 관광과 연계된 프로그램·코스·상품 개발로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 지금 대구 축제는 현장에서 개최되고 현장에서 끝난다. 관광객이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오는 연결 고리가 너무 약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약령시한방문화축제를 묶은 '축제참여 & 체험여행 패키지' 처럼 입장권 할인·숙박 할인·공동 브랜드 개발을 통합 판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판타지아대구페스타 통합 이후 방문객은 물론 축제 기간 매출은 549억 원에서 652억 원(+18.9%)으로 증가했고, 카페(+61.0%)·외식(+43.1%) 등 식음료 중심의 체류형 소비도 크게 늘었다. 이는 축제가 관광상품이 될수록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방증이다. 최근 문체부도 글로벌축제와 여행사를 직접 연결하는 공동기획단을 출범시킨 만큼, 대구시도 방한관광 여행사와 연계한 축제관광 상품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대구 축제관광이 지속되려면 민간 참여와 지역 상권 연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대구 32개 축제 사업 중 공공재원 의존도는 평균 84.6%에 달하며, 일부는 예산의 100%를 공공재원에 기댄다. 그러나 약령시한방문화축제·동성로축제 기간 중 인근 상점에서 2만 원 이상 구매 시 기념품을 교환해 주는 행사에 시민들이 긴 줄을 섰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축제 통합 이후 의료·의약품 관련 매출이 225.5% 급증하며, '약령시·메디시티'라는 대구 특화 산업과 축제의 연계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금 대구에는 콘텐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연결이 없다. 축제가 로컬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숙박과 골목 상권으로 이어질 때, 대구의 축제는 시민만의 잔치가 아니라 관광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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