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국 대구문인협회 시분과 부위원장
Nick name(닉네임)의 뜻은 본명 대신에 부르는 이름을 말한다. 쉽게 얘기해서 별명이다.
별명이 없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물론 나도 여러 개의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칠십 노인이 되니, 나를 별명으로 불러줄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별명을 익히 알던 자들이 죽었거나 그들에게 나란 존재가 잊혀서겠지. 생각해 보면 별명을 불러줄 친구들이 있을 때가 좋았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별명엔 그에 따른 얘기가 있기에 소환하여 어린 시절의 향수를 맛보고자 한다.
중학교 시절이었다. 수학 선생님이 칠판 한 편에 문제를 써놓고는 "너, 나가 풀어봐라" 했다. 반에서 내 자리가 앞줄 세 번째라 선생님의 가는 작대기 끝이 자주 나를 가리키곤 했다. 문제는 오지게도 어려웠다. 풀다가 우물쭈물하니, 선생님이 내 머리를 칠판에다 몇 번이나 처박았다. "쾅쾅쾅" 벌개진 이마를 보더니 "허, 이 자식 봐라, 머리가 다이아몬드네" 하며 한 번 더 칠판에 박고는 "들어갓, 공부 좀 해레이" 한 소리하곤 웃었다. 움츠리고 있던 반 동무들도 웃었다. 그때부터 긴 시간 내 호칭은 '다이아몬드'였다.
고등학교 땐 잠시 '오뎅'이라 불렸지만, 곧 잊어버렸다. 왜 나를 그리 부르는지 몰랐다. 도시락 반찬으로 어묵 졸임을 가져간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건 아니다. 어묵을 나만 가져온 게 아니었으니까.
'아~' 고개를 주억일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오래 불린 별명도 아니니, 뭐 좋은 일이라고 여기서 까뒤집긴 싫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도 별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 글쟁이도 필명이라는 게 있다. 나도 중국 공자의 손자 이름인 '자사(子思)'라는 공인되지 않은 필명이 있는데 사용하지는 않는다. 가끔 누군가 왜 필명을 갖지 않느냐고 물으면 "아니오. 있어요" 하면서 '자사'라 대답한다. 글벗들은 가끔 된소리로 '자사'라 부르는데 한번 따라 해 보시라, 어떻게 들리는지.
또 내게는 '밥Bob'이란 영어 닉네임이 있다. 원어민 강사와 학생 몇 명이 영어회화 교습을 받을 때 한 학생이 붙여준 이름으로 내가 편안한 아저씨 같아 보여 내게 딱 맞는 이름이라고 했다. 한 5년간 불렸던 이름이다. 지금은 그 교습을 그만두어서 그 맛깔나는 이름을 듣기 힘들다. 하지만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땐 영락없이 나는 "Bob!"이다.
별명은 타인이 지어준 것이다. 그들의 나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다.
세상사 살아가면서 우스개로 불리더라도 별명 한둘 정도는 있는 게 좋겠다는 마음이다. 별명은 그 사람의 피사체이다. 추억 속의 별명을 끄집어내어 과거를 소환해 보라. 기쁨이었든 슬픔이었든 이제는 모두가 정겨움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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