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1623년 6월19일 파스칼이 출생했다. 파스칼은 19세에 계산기를 발명한 놀라운 천재였지만 불과 39세에 타계했다. 그의 생애는 천재요절, 가인박명 등의 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생'은 태어남이고 '애'는 죽음이다. 파스칼 묘비에는 어떤 내용이 기록되어 있을까?
파스칼은 매우 겸손해서 자신의 초상화도 그리지 못하게 했고, 묘비에 글을 새기는 일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부탁은 지켜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일을 밀어붙였다. 묘비에는 "근대 최고의 수학자, 물리학자, 종교철학자 파스칼, 여기 잠들었지만 '팡세'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 새겨졌다.
"근대 최고의 철학자, 물리학자, 종교철학자"는 빼고 "파스칼, 그는 여기 잠들었지만 '팡세'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만 새겨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파스칼이 직접 쓴 것도 아니고, 그런 글이 작성된다는 사실을 본인이 사전에 알았던 것도 아니니 어쩔 도리가 없다.
파스칼의 묘비는 그의 사후 7년 이상 뒤에 건립되었다. '팡세'는 파스칼이 운명한 1662년보다 7년 뒤인 1669년에 발간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350여 년이 더 흘렀다. 아직도 '팡세'를 읽지 않았다면 곤란하다. "파스칼은 잠들었지만 '팡세'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팡세'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팡세'에는 깊은 깨달음을 주는 교훈이 많다.
'팡세'를 읽지 않으면 나의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될 파스칼의 가르침과 만날 기회를 잃게 된다. "인간의 모든 고통은 혼자 조용히 집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참으로 가슴을 적시고 머리를 어루만져주는 참된 가르침이다.
혼자 조용히 집에 머물면서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70년을 살고, 책을 읽는 사람은 5000년을 산다"고 했다. 두보의 시 '백학사 초가집을 지나며(題柏學士茅屋)'에도 그런 언급이 있다.
'맑은 하늘 초가집 위에는 구름이 둥실둥실(晴雲滿戶團傾蓋)/ 가을 물은 섬돌 가득 도랑으로 넘쳐나네(秋水浮階溜決渠)/ 부귀는 반드시 부지런히 힘써야 얻는 것이고(富貴必從勤苦得)/ 사람은 모름지기 책을 다섯 수레는 읽어야 하지(男兒須讀五車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