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구노인상담소에서 김후남(왼쪽) 소장과 자원봉사자, 이용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3년 전에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한 뒤, 이제는 주변에 사랑을 전하며 삽니다." 대구 중구 태평로에 거주하는 김수철(가명·70) 씨의 고백이다.
김 씨의 삶을 180도 바꾼 주역은 바로 '노상이'다. 노상이는 '대구중구노인상담소'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이다. 대구 중구청은 고령화 시대에 마음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찍이 알아차렸다. 이에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지자체 예산을 전액 투입해 이 노인전문상담기관을 설립했다.
오는 8월이면 열아홉 살이 되는 노상이는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사랑방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318명의 상담 자원봉사자가 노상이와 함께 발맞춰 성장했다. 이곳은 전문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심리 지원을 펼친다. 직접 찾아오는 내방 상담은 기본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방문 상담, 사별 애도 상담, 시니어 부부 집단 상담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무너진 마음을 보듬는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심리 상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상담을 약속하고 가정을 방문해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스무 해 가까이 인식 개선에 힘쓴 결과 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다음 상담은 언제 하느냐"라며 기대 섞인 질문이 쏟아진다. 뇌출혈로 쓰러졌던 한 어르신은 의식을 되찾자마자 "상담소에 가야 한다"라는 첫마디를 남겨 가족들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 열여덟 살인 노상이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고 활기차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성(性) 상담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경로당과 복지관을 순회하며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과 집단 상담을 진행 중이다. 노년기 성의 건강한 소통 창구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에도 적극 동참해 발걸음이 분주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자체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12개 유관 기관과 연계해 총 979명의 어르신을 만났다. 명실상부한 노인상담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김후남 대구중구노인상담소장은 "노인 상담이 필요할 때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편안한 쉼터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어 "그동안 어르신들의 마음을 경청하고 잇는 법을 배웠다면, 앞으로는 20대 청년의 패기로 급변하는 시대에 어르신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서적 허브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지혜 시민기자 jihye7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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