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란 땐 3천 원 더”…줬다 뺏는 소아과 임시수가 ‘땜질 행정’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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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2 20:53  |  발행일 2026-09-02
응급실 대란 땐 가산, 사태 소강되자 삭감…예측 불가능한 땜질 행정
지역 의료 현장 “지원금 붙으면 문 열고, 떼면 닫는 씁쓸한 셈법 반복”
한 소아청소년과의 입구.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연합뉴스

한 소아청소년과의 입구.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연합뉴스

2024년 의정갈등으로 응급실 대란이 났을 땐 추석연휴에 문을 열면 지원금을 주더니, 사태가 잠잠해지자 바로 삭감했다. 정부의 이른바 '고무줄 수가' 정책 탓에 필수의료 인프라인 소아과의 명절 진료가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대구시는 오는 10일까지 추석 연휴 때 문을 열 동네 병·의원을 모집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식 땜질 의료행정이 계속되는 한 의료 공백을 막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일보가 최근 5년(2022~2026년) 명절 연휴 기간 실제 청구된 소아청소년과 수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명절 진료 지원금 정책이 일관성 없이 적용된 것이 확인됐다.


2022~2023년 명절 연휴 당시 소아과 초진진찰료는 2만1천~2만2천원 선이었다. 의정갈등과 응급실 대란이 격화된 2024년 추석 때, 정부는 '비상 연휴 진료지원금'(3천원)을 신설했다. 다음해인 2025년엔 '명절 당일 지원금'(6천원)까지 추가돼 진찰료 외에 최대 9천원가량의 임시 수가가 발생해 진찰료 단가는 3만6천원대까지 치솟았다.


반면, 응급실 대란의 불씨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올해 설 연휴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정부가 진료지원금과 당일 지원금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진찰료 단가는 다시 2만7천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소아과의 경우, 영양주사·시술 같은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어 100% 진찰료로 생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평시에 기본 진찰료가 다른 진료과보다 낮아, 평일 진료만으론 적자를 면하기가 어렵다는 소아과 의원들이 적잖다.


결국 '임시 수가' 적용 여부가 소아과의 명절 진료 참여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전국 소아과의원의 1일 평균 진료 건수는 89.9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 의원이 문을 닫는 명절 연휴에는 하루 150~200명의 환자가 몰린다.


가령, 임시수가 9천원이 가산됐던 지난해 설 명절 당일 환자 150명을 진료할 경우, 하루 진찰료 매출은 약 545만원에 달한다. 임시 지원금이 전혀 없던 2023년(324만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동일한 상황에서 명절 진료 매출은 한 달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현장에선 "명절 지원금이 붙으면 문을 열고, 떼면 문을 닫는다"는 씁쓸한 셈법이 요즘 자리 잡은 이유다.


이번 달 추석을 앞둔 의료 현장에선 불신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정부가 지원금을 다시 얹어줄지, 아니면 확 잘라낼지를 예측할 수 없어서다.


대구 수성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소아과는 기본 진찰료가 턱없이 낮아 평일 진료만으론 병원 경영이 아슬아슬하다"며 "명절에 응급실이 터질 것 같으니 몇 천원 얹어줬다가 사태 지나면 빼앗는 게 바람직한 보건 행정일 수 없다. 이런 땜질 정책으론 붕괴하는 소아 필수 의료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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