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대구 사람들 下] 더 빨리, 더 오래 찾으려면…경찰 밖 수색망도 연결해야

  • 구경모(대구)·김민진·안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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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8 21:36  |  발행일 2026-09-28
대구 성인 실종 2천810건…신고만으론, 수사 불가
민간 찾는 가족 늘지만…조사 권한·경찰 협업 한계
탐정업계, 허용할 조사 범위와 책임 기준 마련 요구
전문가 “경찰과 파트너십 돼야”… 공인제 제안
경찰의 성인 실종자 수사 과정과 정보 확보의 한계, 민간 탐정 활용 및 협업 필요성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이미지=Chat Gpt>

경찰의 성인 실종자 수사 과정과 정보 확보의 한계, 민간 탐정 활용 및 협업 필요성을 정리한 인포그래픽. <이미지=Chat Gpt>

지난해 대구에서 실종 신고된 성인은 2천800여명에 달했다. 성인 실종 신고가 늘고 있지만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나 금융거래 내역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려면 긴급구조나 수사상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해 초기 행적 추적엔 제약이 따른다. 이에 성인 실종 수사의 빈틈을 보완하고자 민간 탐정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공인탐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수색과 별도로 민간 탐정을 찾는 가족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 민간 탐정에게 별도의 조사 권한은 없다. 경찰과 정보를 공유 또는 협업할 수 있는 공식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장 전문가들은 국가가 탐정의 자격과 업무 범위를 정하고 교육·감독 체계를 마련해 실종 수색의 보조 인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범죄 혐의 없으면 추적 제약


28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접수된 실종 신고 5천846건 중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가출인' 신고는 2천810건(48.1%)이다. 전년(2천353건)보다 457건(19.4%)이 늘었다. 올해도 8월말 현재, 1천889건이 접수됐다. 월평균 236건꼴이다.


나머지 신고의 상당수는 아동과 치매환자 등 보호 필요성이 큰 이들이 대상이다. 이들에겐 관련 법률에 따라 경찰의 수색과 위치정보 확인에 관한 제도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 실종은 사정이 좀 다르다.


성인 실종 수사는 연락두절 전후 사정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경찰은 신고자와 주변인을 상대로 마지막 행적을 확인하고 CCTV를 통해 이동 경로를 좁힌다. 개인적 사정으로 연락을 피하는 것인지, 사고나 범죄 피해 탓에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인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초기 단계에서 두 경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만으로 범죄 피해 가능성과 자발적 가출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주변인 진술과 CCTV 영상을 대조해 기초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구 서부경찰서 김명성 형사과장은 실종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범죄 혐의점'과 '위험성 판단'을 꼽았다. 김 과장은 "기본적으로 모든 실종 사건은 강력 사건에 준해 조사한다"면서도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단계에선 정보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초기에 단순 연락 두절인지, 실제 위험에 처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성인 행방을 파악하기 위한 개인정보 확인에도 법적 요건이 따른다. 현행 위치정보 관련 법률상 휴대전화 위치정보는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있는 긴급구조 상황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확인할 수 있다. 금융거래 내역도 관련 법률에 따라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단순 실종 신고만으로 개인 위치나 금융정보를 곧바로 확인하긴 어려운 셈이다.



대한민국공인탐정경호협회 이동엽 회장. <대한민국공인탐정경호협회 제공>

대한민국공인탐정경호협회 이동엽 회장. <대한민국공인탐정경호협회 제공>

◆발품으로 경찰 수색 보완


경찰 수색과 별도로 민간 탐정을 찾는 가족도 있다. 대한민국공인탐정경호협회 이동엽 회장은 "지난해부터 성인 실종 관련 의뢰가 늘었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증가 폭을 30~40%가량으로 추산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탐정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장소를 대신 찾아다니며 집중적으로 행방을 추적해 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일정 인원과 기간을 정해 특정 실종 사건에 조사 인력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투입 인원과 조사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회장이 설명한 기본 비용은 탐정 한 명당 하루 약 15만원이다. 실제 비용은 사건별 상담을 통해 결정된다. 조사 기간이 길어지고 투입 인원이 늘수록 가족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커진다.


이 회장은 "탐정에게는 법적 강제력을 가진 조사 수단이 없다. 결국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행방을 확인해야 한다"며 "한 사건을 사실상 전담하듯 발품을 많이 판다. 플랫폼에 의뢰가 접수되면 가까운 지역의 팀원을 연결하고 협회 차원에서 교육과 검증을 거친 인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민간 탐정이 경찰 수색을 완전히 대신할 순 없다. 다만 마지막 목격 장소를 반복해 확인하고, 주변 상점이나 숙박업소를 직접 찾아다니는 등 특정 사건에 시간과 인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민간 탐정 역시 조사엔 뚜렷한 한계가 있다. 2020년 이후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탐정업 전반을 규율하는 별도 법률이나 국가공인 자격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CCTV 영상도 당사자 동의나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제공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장은 "공인 자격 여부만 정할 것이 아니라 탐정이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는지 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경찰과 민간이 역할을 나눠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일 국민을 위한 공인탐정제도, 이제는 제도화할 때다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세미나가 경산 동의한방촌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 제공>

지난 5일 '국민을 위한 공인탐정제도, 이제는 제도화할 때다'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세미나가 경산 동의한방촌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 제공>

◆"공인탐정 자격·책임 명확히 해야"


전문가들은 이미 형성된 민간 탐정 시장을 방치하기보다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국가가 일정한 자격과 교육 기준을 마련하고, 허용되는 업무 범위와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일정한 교육과 검증을 거친 '공인 탐정'을 실종자 수색에 활용하되 여기엔 국가의 관리·감독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조사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사생활 침해를 막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색 과정에서 미행이나 도청, 무단 카메라 설치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인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이를 철저히 교육하고, 위반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자격증을 발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지켜야 할 조사 원칙과 개인정보 취급 기준까지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인탐정제'를 도입할 경우 실종자 본인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일대 오태원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성인 중에는 자신의 위치나 상태를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고, 실종 수색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뤄지는 만큼 무조건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공인탐정제도를 법제도권 안으로 양성화해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하고, 악용 사례도 제도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과 탐정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치안 공백을 함께 메우는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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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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