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대구 사람들 上] 대구 실종 신고 4년 새 ‘34%’ 급증…‘골든타임’부터 ‘긴 기다림’까지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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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1 21:11  |  수정 2026-09-21 21:54  |  발행일 2026-09-21
실종 신고 2022년 4천348건→지난해 5천846건
범죄 여부 불분명한 성인 실종…제한된 수사수단
골든타임 놓치면 기약 없는 기다림…초기판단 ‘관건’
지난 3월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 소년 추모비에서 열린 故 개구리 소년 32주기 추도식에서 우종우(우철원군 부친)씨가 지갑에 항상 간직하는 실종 당시 전단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으로 도룡뇽알을 주우러 집을 나섰던 5명의 소년들이 실종되었다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영남일보 DB

지난 3월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 개구리 소년 추모비에서 열린 '故 개구리 소년 32주기 추도식'에서 우종우(우철원군 부친)씨가 지갑에 항상 간직하는 실종 당시 전단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으로 도룡뇽알을 주우러 집을 나섰던 5명의 소년들이 실종되었다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영남일보 DB

'실종'. 누군가가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실종 신고는 가족이나 지인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길을 잃은 치매 환자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연락 두절까지 신고 내용은 제각각이다. 그 이면엔 '내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들의 간절함이 숨어 있다. 실종 초기 위험 징후를 놓치지 않는 신속한 수색과 시간이 흘러도 행방을 끝까지 확인하는 적극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영남일보가 모두 2차례에 걸쳐 대구지역 실종 지표와 사례, 실종 대응의 현주소와 과제, 현장 밖 수사망과 대응책을 짚어본다.


◆대구 실종 신고 4년 새 34% 급증


대구지역 최근 5년간 실종 사건 접수 및 해제 건수.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지역 최근 5년간 실종 사건 접수 및 해제 건수. 대구경찰청 제공

#. 이달 초 112로 한 통의 전화가 들어왔다. 전화 너머로는 아이 울음소리만 들릴 뿐 별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통화는 끊겼다. 곧장 상황 파악에 나선 경찰은 통화 신호가 대구 일대에서 잡힌 사실을 알아냈다. 전화번호의 주인공은 10대 초등학생. 경찰은 확인된 인적사항을 토대로 이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 아이가 경찰과 부모가 건 전화 모두 받지 않았던 것. 불안감을 느낀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게 "빨리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거주지 인근을 수색했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이에 경찰은 이 상황을 실종아동사건으로 전환해 수색·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외부로 나간 흔적이 없어, 아파트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수색 작업이 벌어졌다. 다행히 신고 1시간 만에 아파트 비상계단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를 발견해 부모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


대구지역 실종 신고 건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부터 매년 4천건대를 유지하던 신고 접수 건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5천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2025년) 대구에서 접수된 실종 사건은 총 1만9천226건이다. 2022년 4천348건에서 지난해 5천846건으로 4년 새 34.4% 증가했다. 2022~2024년 3년간 각각 4천여건에 머물다, 지난해 처음으로 5천건을 넘겼다. 올해는 8월까지 4천243건이 접수됐다. 이 추세라면 전년도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실종 사건 해제(종료) 건수의 경우 연도별 실종 신고 접수 건수와 매년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나 실종자 대다수가 가족·지인 품으로 돌아왔다.


2022~2025년 총 실종 접수 건수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일 약 16건의 실종 신고가 대구경찰에 접수됐다. 같은 사람에 대한 반복 신고가 포함될 수 있어 신고 건수를 실제 실종자 수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경찰이 실종자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야 할 사건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자명하다.


신고 유형은 대개 '실종아동 등'과 '가출인' 두 가지로 나뉜다. 실종아동 등은 아동, 치매환자, 장애인 등 스스로 위치를 설명하거나 귀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대상이 포함된다. 가출인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일반 성인이다.


신고 유형별 지표는 전체 실종 접수 증가세와 궤를 같이했다. 실종아동 등 접수는 2022년 2천16건→지난해 3천36건으로 50.5% 늘었다. 2022년부터 매년 2천여건을 유지하다, 지난해 3천건을 첫 돌파했다. 가출인 신고의 경우 2022년 2천332건→지난해 2천810건으로 20.4% 증가했다. 올해는 현재(8월)까지 각각 2천354건, 1천889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실종 대상 중 가장 신속한 수색이 필요한 이는 '치매 환자'다. 실종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통사고나 추락, 탈진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최근 대구지역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2022년 605건→지난해 1천72건으로 77% 증가했다. 실종 유형별 대상자 중 증가세가 가장 도드라진다. 이에 치매 환자에 대한 실종 수사의 경우 단순 실종 해제(종료)를 위한 소재 파악을 넘어, 각각의 신고에서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가려내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등 사회구조 변화와 함께 실종 신고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신고 초기 위험도를 세분화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종 대상별로 마지막 행적과 건강 상태, 평소 생활 등을 종합해 수색의 긴급성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계명대 김중곤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노인 인구 증가, 사회 인식 변화, 가족관계 축소 등이 맞물리며 실종 신고 대상이 다양해지고, 신고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나 장애인처럼 스스로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대상과 연락이 두절된 일반 성인을 동일선상에 올려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최근 실종 사고가 단순 가출부터 사고·범죄 가능성까지 여러 상황이 섞여 있어 위험도를 신속하게 가려내 빠른 수색으로 연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죄 여부 불분명한 성인 실종…초기 판단이 관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어려운 유형은 예상외로 '가출인'이다.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종 수사의 경우 연락 두절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인지, '사고나 극단적 선택, 범죄 피해'와 관련됐는지가 신고 당시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다.


이에 성인 대상 실종 수사의 '출발'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위험도를 가리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선행 작업은 경찰이 신고자를 면담해 실종자의 인적사항과 마지막 행적,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어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실종 사건을 입력한 뒤 수사와 수색에 나선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지 않으면, 실종팀이 사건을 넘겨받아 추가 추적을 진행한다. 12시간 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합동심의를 열어 수색 방향과 추가 조치 등을 검토한다.


실종 수사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범죄 연관성(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은 성인은 통신·위치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제한적이다. 그만큼 이동 경로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반대로 스스로 가족과 연락을 끊었거나, 자신의 소재가 가족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강제수사가 어려운 상황이 많은 만큼, 가족과 주변인의 진술을 하나씩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동반된다. 마지막으로 누구와 만났는지,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최근 건강이나 심리 상태에 변화는 없었는지 등을 상세히 파악한다.


이후 새로운 목격 정보나 건강상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수색 방향을 결정하는 단서로 활용한다. 당초 판단했던 위험도를 다시 살피고, 수색 범위와 방법을 조정하는 것. 마지막 행적이 특정 장소에서 확인됐더라도 현재 소재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안전 확보 단계로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고를 끝내는 과정도 중요하다. 단순히 '연락이 됐다'는 설명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면 실제 당사자가 안전한 상태였는지, 담당자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사후에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통화 기록이나 위치 확인, 대면 확인 등 가능한 범위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남기고 관리자도 그 내용을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대구경찰청 박영은 강력계장(경정)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성인 가출인의 경우 법적 근거 미비로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며 "모든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신속 검토해 단순한 연락 두절인지, 즉각적인 수색이 필요한 위험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종 신고 직후 CCTV 영상·목격자 진술·통신 흔적 등 시간 흐름에 따라 확보하기 어려운 단서가 많은 만큼, 위험 가능성이 있다면 수색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연령과 지병, 평소와 다른 행동 등을 종합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마지막 목격 장소와 이동 경로를 신속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성인 실종 대응에서 신속한 안전 확인이 필수다. 다만 성인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과 가족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5년 현장 지켜본 전문가 '실종 대응체계 개선' 촉구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 나주봉 회장. 영남일보 DB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 나주봉 회장. 영남일보 DB

"연령·성별·계층에 관계없이 실종자 모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35년간 다양한 '실종'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봐 온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 나주봉 회장은 영남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 실종 대응 시스템만으로는 실종자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목청을 높였다. 나 회장은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종자 수사 대상 범위가 아동에서 치매환자 및 장애인 등으로 확대됐다. 이후 성인 실종자 전체를 강제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안건들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며 "이 법안들을 조속히 병합해 실종자 모두의 소재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동선 파악이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실종 사각지대에 놓인 일반 성인(가출인) 사건에 대한 발빠른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각종 실종 사건을 현장에서 담당하는 경찰에게 높은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춰줄 것도 주문했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장미란씨 실종 허위 종결 사건'처럼 실종 신고를 단순 가출로 종결해 암장하는 사례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종 신고가 하루에 수십건가량 접수되다 보니, 경찰 실종 업무 부서는 조직 내에서 '기피 부서'로 여겨진다"며 "담당자 입장에선 업무량에 비해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라 실종 관리 체계가 허술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종 분야에선 순환보직보다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하고, 성과를 낸 경찰관에게 특진이나 포상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 회장은 민·관·경 실종 대응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는 종합기구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경찰청 실종 182센터와 보건복지부 국가아동권리보장원 등과 같은 국가기관과 실종 관련 민간단체 등을 통폐합해 별도 실종 대응 기구를 운영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 회장은 "국가 기능과 민간 기능을 통합해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가칭)를 설치해야 한다"며 "실종 대응팀은 현직 경찰관과 경험이 풍부한 퇴직 경찰관, 행정 민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지는 게 좋다. 아동, 장애인, 치매 환자, 성인 등의 실종자를 각각 전담하는 전문 대응팀을 마련해 신규 사건은 물론 장기 미해결 사건까지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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